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영화, 드라마, 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해솔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집과 가족을 주제로 반전의 이야기를 펼친다. [노간주나무(글 김해솔·북다 刊)] 소설엔 나의 엄마, 나의 아들, 그리고 나가 등장한다. 나인 영주는 20여년 전 계단에서 굴러 죽을뻔했는데 영주를 민 건 다름 아닌 엄마였다. 이후 어린 시절 겪었던 이 끔찍한 일을 반복적으로 꿈꾸며 고통에 시달린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영주는 아들 선호가 커갈수록 점점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자 엄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3대가 함께 있으면서 영주는 이제 엄마가 자신이 아닌 아들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영주 일가의 이야기와 형사 윤성이 의문의 사망 사건들을 추적하는 과정이 서로 독립적으로 펼쳐지다가 두 이야기의 연결점이 차츰 드러난다. 작가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공포의 대상이 될 때 느끼는 서늘한 공포를 그려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집이고 가장 맏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흡입력있는 문장과 촘촘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족과 가정에 대한 오래된 환상과 믿음을 서스펜스 요소로 활용한 작가의 치밀함도 돋보인다. 심사위원에게 “압도적이며 저돌적인 이야기”, “비틀린 애정과 집착, 두려움을 탁월한 심리 묘사로 풀었다” 등의 평을 받았다.
[한국바른언론인협회 최재영 이사장이 출간한 ‘해방둥이 시대정신’] (사)한국바른언론인협회 최재영(80) 이사장이 저서 ‘해방둥이 시대정신’을 출간하고, 28일 출판기념회를 연다. 1945년 광복과 함께 태어난 최 이사장은 55년간 언론 외길을 걸으며 현대사의 굵직한 변곡점을 기록해온 언론인이다. 신아일보, 경향신문, 세계일보 등에서 30여 년간 기자로 재직한 뒤 명예퇴직했다. 현재는 시사월간 ‘정경뉴스’ 발행인 겸 (사)한국바른언론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그의 삶과 시대정신이 담긴 칼럼집 출간을 기념하는 한편, ‘희망의 노래’ ‘내 삶의 흔적’ ‘운명적 만남’ ‘울진항 연가’ 등 자작곡을 발표하며 트로트 가수로도 공식 데뷔하는 자리가 된다. 가수 설운도, 작곡가 이호섭, 가수 이애란, 이병철, 박민수 등이 출연해 축하 공연도 함께 꾸밀 예정이다. 최 이사장은 “언론인으로서의 삶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의 인생 여정을 노래로 담고 싶었다”며 “많은 분들과 함께 공감과 감동의 시간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이는데도 앞장서고 있는데 한국바른언론인협회를 통해 매년 ‘한국바른언론인대상’을 시상해오고 있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28일(토) 오후 4시, 서울 켄싱턴호텔 15층 센트럴파크홀에서 열린다.
"우리 모두와 각 장르는 확대되거나 변형된 자신만의 각자의 제4의 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상상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311p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중에서) 연극에서 무대와 관객석을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제4의 벽’이라 한다. 실재하지 않는 그저 상상 속 벽일 뿐인데, 배우와 관객 모두 마치 이 벽이 현실에 있는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이 제4의 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넘나들 때 또 다른 창조성이 나온다고 여기는 이가 있다. 바로 배우 박신양이다. [제4의 벽박신양, 김동훈 ]/ 민음사 / 380쪽 화가로 변신한 박신양과 인문학자 김동훈이 그림 이야기를 담은 책 ‘제4의 벽’을 출간했다. 박신양은 책을 통해 러시아 유학 시절부터 화가가 되기까지의 순간들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10여 년 동안 그려 온 그림 가운데 131점을 수록했고, 여기에 그의 그림에 대한 김동훈의 해설도 더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바람의 화원’, ‘동네 변호사 조들호’, 영화 ‘편지’, ‘약속’, ‘범죄의 재구성’, ‘박수건달’ 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던 박신양. 그는 스크린 속 캐릭터로 인식되는 연예인의 운명과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인간적 본능 사이에서 결국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나간다. 예술가들은 무너져 가는 세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 실상을 목격하고자 유학을 핑계로 소련 붕괴 직후 혼란한 러시아로 떠났던 학창 시절, 수술을 받은 직후 진통제를 맞아 가며 촬영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힘겨운 배우 생활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예술을 통해 존재론적 의미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박신양은 화가의 자세 또한 배우와 다르지 않다며, 누구나 작품을 보면 직감적으로 표현한 사람의 의도를 감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그의 그림에는 당나귀가 자주 보이는데, 이를 통해 "내 짐이 특별히 무겁거나 대단하다기보다는 세상의 모든 짐을 생각하게 된다"고 전한다. 한편, 박신양은 평택 mM아트센터에서 책 제목과 동명의 전시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30일까지, 1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한경국립대 전지니 교수가 공저로 도서한 ‘배우와 연기를 보는 여섯 개의 시선’이 ‘2023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추천도서’로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세종도서 학술부문(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올해 공모전에서는 10개 분과에 총 2천896종의 도서가 접수됐다. [배우와 연기를 보는 여섯개의 시선 책 표지 사진] 한경국립대 전지니 교수의 공저 도서인 ‘베우와 연기를 보는 여섯 개의 시선’ 책 표지 2023.12.21/국립한경대 제공 브라이트칼리지 학부 소속의 전 교수는 예술분과로 선정된 18종의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 전 교수가 공저로 도서한 ‘배우와 연기를 보는 여섯 개의 시선’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소속 여섯 명의 평론가들이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가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며, 배우의 개성이 공연 안에 어떻게 기입되고 있는 지를 주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기 이론에 대한 논저와 차별점을 갖는다. 또한 연극평론가이자 드라마투르그로 활동 중인 전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역사극 속 근대성과 남성성이라는 문제를 배우의 캐릭터 해석 및 연기술과 관련지어 책에 기술했다. 이 같은 내용 들로 인해 심사위원들은 해당 도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그 결과 추천도서로 선정됐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인 '선과 악'을 주자학 관점에서 고찰한 '악은 선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자학에서 본 선악의 실체성'을 펴냈다. 주자학이란 송나라 주희(주자)가 이룩한 유학으로 우주와 인간의 근본 문제를 탐구하는 철학적인 면을 강조하는 학문이다. [악은 선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자학에서 본 선악의 실체성] ┃김철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펴냄. 336쪽. 2만원 경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인 저자 김철호는 그간 성리학의 도덕추론과 선악론을 연구해 온 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실존적 질문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선악 문제에 주자학이 제시할 수 있는 해법 등에 대한 논증을 펼친다. '악은 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동서고금에 걸쳐 가장 일반적인 가치 개념으로 쓰여 왔던 선과 악을 공자부터 맹자, 순자, 한당유학, 북송유학을 거쳐 주희에 이르는 학자들의 성취를 살피며 그 특징을 탐구한다. 나아가 선과 악을 정의하는 방향에 주목하며 오늘날에도 통용될 수 있는 선악에 대한 보편적인 사유와 문법을 발굴하는 데 집중한다. 저자는 "인간은 언제든지 악에 물들 수 있고 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번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악의 시선에서 선을 정의하면 악으로 규정된 존재를 제거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선의 시선에서 악을 정의하면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변화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고 역설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나의 아름다운 캐릭터┃하기정 지음. 도서출판 상상인 펴냄. 136쪽. 1만원] 제4회 선경문학상을 수상한 하기정 시인이 수상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를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시집은 1부 '애플파이의 시간', 2부 '밤에는 멀리 있는 불빛을 보려 하지', 3부 '빗방울의 노래', 4부 '구름의 화법' 등 4개 챕터로 구성됐다. 이번 시집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두 개의 각도에서 바라보며 차분하게 서정적인 울림을 자아낸다. 난해함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거나,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시인의 감상을 수려한 문장으로 매끄럽게 표현하며 독자와 소통한다. 표제작인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는 이런 표현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 그는 도끼로 계단을 내고 나무에 오르는 일을 경멸했다 / 기름을 바르고 처참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일에 열광했다 …." 미안함과 안녕, 경멸과 열광 등. 두 가지로 대비되는 시어들이 시 속 곳곳에서 충돌하며 묘한 아름다움을 피워낸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삶을 체험하는 입장과 관조하는 입장, 양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울림은 배가된다. 불쾌와 불행을 촉발하는 접촉은 역설과 아이러니를 활용한 언어적 표현으로 덧씌운다"고 평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1인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마주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독사는 지금까지 일부 사회적 약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지만, 1인 가구의 시대가 온 지금은 가족과 자녀 없이 홀로 마지막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됐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독거인생 탐구'] 독신자인 저자가 혼자 맞는 죽음의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대비책을 찾아나서는 신간 '혼자가 좋지만 고독사는 걱정입니다'는 자신이 원하는 죽음이 무엇인지부터, 어떤 장례식을 치를지, 재산과 유품은 어떻게 처분할지 등을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책은 현실적인 태도로 자신의 죽음이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는 해법을 찾아가는 내용들이 유쾌한 시선으로 담겨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언급되는 일본의 제도와 문화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저자는 이렇게 어느 정도 죽음에 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살아가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죽음이란 종착지를 자세히 그려보면 우리의 삶이 더 귀해질 것이란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미술품은 어떤 사람이 구입하고, 또 미술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투자를 넘어 일상에 가치를 더하는 아트 컬렉팅’은 미술사학자이자 미술시장 전문가인 루트 폴라이트 리허르트가 안내하는 미술품 구매 입문서이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미술품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재화를 구입하고, 때로는 값비싼 사치품과 서비스에도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조차 미술품을 선뜻 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트 컬렉팅] 루트 폴라이트 리허르트 저자 / 황건중 번역 / 니케북스 / 280쪽 저자는 이에 대해 미술시장이 소수의 특권층과 유명 미술관이 주도하는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어떤 작가가 성공하는지,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전부 비밀에 싸여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어디서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고, 경매 데이터가 공개돼 누구나 정보들을 접할 수 있게 됐음을 강조하며, 투자대상으로서 미술품의 가치에 주목한다. 책은 먼저 미술시장에 대한 선입견을 파헤친 후 미술시장에 작용하는 법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시장참여자를 생산자와 공급자, 최종구매자로 나눠, 1차시장과 2차시장이 어떻게 조성되며 시장에서 작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가격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지 등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알아본다. 이어 종류, 시대, 양식, 장르, 기법 등 미술사 전반에 대한 지식을 설명한다. 고대의 미술에 대한 정의에서 21세기의 블록체인과 NFT,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핵심 정리를 통해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지금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들도 짚어본다. 특히, 화제의 중심에 있는 NFT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담았다. 디지털 데이터의 자산 가치뿐만 아니라 진본 인증서 역할을 하는 NFT의 장점과 미술품 NFT가 실제로 시장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를 알아보고, 나아가 유명 작품의 지분을 거래하는 디지털 미술품 펀드까지 다룬다. 아울러 저자가 직접 고안하고 정리한 미술품 구매 7단계를 통해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 기준을 제시한다. 또한, 저자 개인의 경험담과 미술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뉴스, 미술시장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독자들이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이 미술시장을 다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하며 아트 컬렉팅 입문을 도와준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작가 이성두시인] 남이 가진 것은 보이고 자신이 가진 것은 보이지 않던 시인의 지난날을 새겨놓았다. 대개 사람들은 젊음의 시간을 욕심으로 여과시켜 만족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욕심으로 인해 삶이 너덜너덜해지고서야 비로소 이미 낡아버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시인은 3D 안경도 없이 입체 영화를 보듯 세상을 봐오고, 마치 환상처럼 아름다운 만화경 속 세상만 갈구하며 살아 온 것과 별다름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오류 속에서 살아 온 날들, 언뜻 깨닫게 된 시간의 흔적, 조각조각 나 있는 그것을 챙겨 놓았다. 어느 날 문득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를 간병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철이 들었다고 말한다. 혼자 설 수도 없는 아내를 매일 끌어안고 걸어가는 절름발이 같은 슬픈 현실을 시로 미화시키는 슬픈 작업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차마 사랑조차 사치인 것 같아 옹알이처럼 웅얼거리고 마는 현실에 갇혔다고 푸념한다. 돌아보면 문득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뒤, 겨우 남아있는 후줄근한 흔적만 보면서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바람의 눈빛으로] ‘우리네 아름다운 순간들, 그토록 행복했던 시간은 다 어디 갔는가?’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난 뒤에야 바람의 흔적을 뒤적거릴 뿐이다. 시인은 지난 바람의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진난 날들보다 미래로 향한 바람의 눈빛으로 세상을 설계하는지도 모른다. 이미 간행된 그의 시집을 살펴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어디 내놓고 예기할 수도 없는 여자의 은밀한 눈물인 『이브의 눈물』이 그랬고, 지나와 보니 힘들고 아프고 슬펐던 날마저도 다 추억이고 행복이었다는 회한의 고백서 같은 『행복한 줄도 모르고』도 그랬고, 은근히 달빛 비추는 밤에 꽃 피우는 달맞이꽃처럼 발밤발밤 걷는 아내의 모습을 기원하는 기도 같은 『달밤달밤 발밤발밤』이 그랬다. 시인의 시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바람의 눈빛’이다. 늘 그런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고 사는 것이다. 지나간 바람도 다가올 바람도 그리고 눈빛마저도 갈망하는 바람도 있다. 메카니즘의 프로그램에 길든 시간이 지쳐서야 비로소 너절한 주름으로 한숨을 내뱉는다. 그래서 참으로 인간적인 시를 체인처럼 연결해 놓았다. 빨갛고 파아란 청춘을 두고 온 가슴에는 싸한 외풍이 있다 중앙시장 막걸리 한 잔에 취한 오늘 밤 나는 빈 지갑이다 되돌아가는 볏가리는 하염없이 가을비에 젖어 바람 소리만 아으아으 서럽게 운다 『바람의 눈빛으로』 67쪽 「빈 지갑」 중에서 삶의 희⦁노⦁애⦁락을 슬며시 녹여 놓았다. 사랑에 대해서, 기쁨에 대해서 슬픔과 아픔에 관하여, 때로는 그리움에 대해서 논했다. 그리움은 떠나간 여운이잖는가. 이미 내 것이 아닌 희미해지는 안개 같이 실체가 없는 것이다. 저마다 삶의 공간 속에서 지금 내 삶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한 번쯤 더듬어봐야 할 일이다. 누구나 미래에 경험하게 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그 이야기를 미리 보고 듣고 느끼고 살아가면 어떨까? 우리는 언젠가 장애인이 된다. 보라, 살면서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 그 잡다한 일상들이 결국 내 것이고, 결국 그것 마저 행복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살지 않았는가. 기어이 지난 후에서야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조차 행복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지 않은 길을 이미 가본 자의 심정으로 살펴보면 지혜를 얻는다. 결코 다가오는 것은 눈도 없고, 입도 없고, 모습도 존재도 없다. 불어올 바람은 형체도 없고 표정도 없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바람일 뿐이다. 바람이 불었다. 존재하지 않는 바람의 눈을 찾았다. 그 눈으로 세상을 조명해 놓았다. 불행이 무엇이고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삶이 무엇이고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지. 바람의 눈빛을 보고 바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바라고, 바라자, 바람의 눈빛으로 세상을 보자. 『바람의 눈빛으로』이다. 이 시집 마지막에 「나의 시작 보고서」가 곁들여 있다. 찬찬히 음미해 보면 와 닿는 부분이 있음은 여기 바람의 눈빛이 진정 내 것인 이유이다. 바람의 몸짓으로 다음 한 편의 시를 놓았다. 홀로의 방이 시간 속에 갇혔습니다 선로에서 이탈된 자유는 뒤척이고 이미 돌돌 말린 이불의 목만 답답한 듯 칵칵, 소리 내어요 더듬더듬, 웃고, 울고, 몸부림 살아있다는 증거라도 남기듯 두근두근 끝낼 수 없는 행위 흔들어야 바람을 내는 것처럼 숨찬 몸부림의 독백 멈출 수 없는 푸른 숨입니다 『바람의 눈빛으로』 80쪽 「푸른 숨」 전문 현대시선 문학상, 현대문예 추천작가상, 민들레문학상, 다솔문학상, 열린 동해문학상, 강원경제신문 주최 코벤트가든문학상(토지문학상)등을 수상하였다. 다솔문학회, 여울아라 외 여러 문학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이번 이성두 시인의 4번째 시집을 일독을 권해본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2021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변윤제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됐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시의 확장성을 보여 줬다는 평을 들었던 그가 2년간 발표한 시 38편을 엮었다. 이번 시집은 ▶They ▶알파카 공동체 ▶변연계-Nothing About Us Without Us ▶Make Your Death 등 총 4부로 이뤄졌다.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변윤제 / 문학동네] 시인은 ‘인도에서 온 케밥 판매원’, ‘번역가 친구’, ‘친절한 노부부’ 등 그들이 살아내는 고된 하루를 살피며 바깥세상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 또한, "빠져버리자 머리머리/ 머저리들아"라며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미움을 신랄한 유머로 맞서는 ‘탈모 예방법’ 등 발랄하고 유쾌한 언어가 돋보이는 변윤제 시인만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는 늘 미안해서 / 안녕이 없는 사람 / 그리하여 그는 돈을 받지 않고도 / 아름답고 처절하게 잘도 팔았다 / 무엇을? 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 슬픔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 그는 매일 밤 요령부득으로 짠 스웨터를 입고 / 터진 옆구리를 꿰맸다 …” (하기정 時,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제4회 선경문학상을 수상한 하기정 시인이 수상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시집은 1부 ‘애플파이의 시간’, 2부 ‘밤에는 멀리 있는 불빛을 보려 하지’, 3부 ‘빗방울의 노래’, 4부 ‘구름의 화법’ 등 4개 챕터로 구성됐다. [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도서출판 상상인 제공] 이번 시집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두 개의 각도에서 바라보며 차분하게 서정적인 울림을 자아낸다. 난해함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거나,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시인의 감상을 수려한 문장으로 매끄럽게 표현하며 독자와 소통한다. 표제작인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는 이런 표현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 그는 도끼로 계단을 내고 나무에 오르는 일을 경멸했다 / 기름을 바르고 처참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일에 열광했다 …”. 미안함과 안녕, 경멸과 열정 등. 두 가지로 대비되는 시어들이 시 속 곳곳에서 충돌하며 묘한 아름다움을 피워낸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해 “삶을 체험하는 입장과 관조하는 입장, 양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울림은 배가된다. 불쾌와 불행을 촉발하는 접촉은 역설과 아이러니를 활용한 언어적 표현으로 덧씌운다”며 “바로 이러한 형식 속에서 시인의 ‘아름다운’ 형상 또한 길어 올려진다”고 평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손병석 관장이 알째배기 책만 골라 소개하는 책을 펴내 주목받고 있다. ‘도서관을 뛰쳐나온 책’(토담미디어 刊)은 그동안 손 관장이 무수히 접했던 많은 책 중 서른 두 권을 골라 소개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을 읽는 것이다. 각각의 문학작품은 나를 대신해서 먼 여행을 하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한다”는 저자도 도서관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책읽기의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도서관을 뛰쳐나온 책 [신간소개]] 저자는 어릴 적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던 책 또는 요약본으로 접했거나 제대로 읽었어도 희미해진 기억 속에 잠든 책들을 소환해 독자에게 또 다른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부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인간의 대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등 어릴적 저자가 읽은 고전은 현재의 통찰이 어우러져 편안한 이해를 돕는다. 특히 요약 줄거리와 단상으로 꾸며져 있어 젊은 학생과 청소년이 접근하기 좋다. 저자는 이 책이 청소년들을 본격적인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마중물의 역할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병석 관장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주머니에서, 핸드백에서 또는 여행지 어느 작은 찻집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최근 우리네 일상을 보면 뭔가 빠진 느낌이다. 사람들 모습에서 공허함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빠진 것을 채우고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