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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볼전쟁┃홍이표 지음. 진인진 펴냄. 412쪽. 4만5천원]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은 1900년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성당이다. 성당 외부는 한국식 기와가 얹힌 전통 한옥 양식으로, 내부는 서양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진 독특한 근대 건축물이다. 성공회 강화성당의 강대상에는 양쪽 측면에 14엽 국화가, 기둥에는 16엽 국화가 새겨져 있다.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성공회 온수리성당, 수원성당과 서울대성당 좌우측 제대에도 16엽 혹은 14엽 국화 문양이 여러 곳에 새겨져 있다. 16엽 국화는 ‘일본 천황’을, 14엽 국화는 ‘천황가’를 각각 상징한다. 우리나라에 건립된 영국 성공회의 대표적 초기 건축물 내 종교시설물에서 왜 국화 문양이 공통적으로 발견될까. 최근 ‘심볼전쟁’을 펴낸 신학자이자 종교사학자 홍이표는 1902년부터 1923년까지 이어진 ‘영일동맹’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일본은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을 2년 앞두고, 러시아의 극동 진출과 한반도로의 남진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서방 열강과는 처음으로 영국과 군사동맹을 맺는다. 영국 성공회 성당의 국화 문양은 ‘장미와 국화의 만남’으로 대표되던 상징적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영국 성공회의 기도문이 왕과 왕실을 위한 기도를 매번 잊지 않는 것처럼 일본 성공회의 기도문에도 천황과 천황가를 위한 기도가 등장했다. 일본 성공회가 ‘일본성공회기도서’에 담은 천황을 위한 기도 문구는 1988년 삭제됐다. 저자는 “일본제국에 편입된 조선에서의 성공회 성당에서는 일본인 신자들도 다수 예배에 참석했으며, 천황 및 천황가를 의미하는 국화 문양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책의 부제는 ‘상징의 한일관계사’다. 저자는 그동안 시도되지 않은 ‘상징’이란 키워드를 통해 한일관계사와 작금의 한일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다. 우리나라 초기 철도 기공식과 개통식 사진을 분석해 보면,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급변하는 한일 관계를 살필 수 있다. 1900년 경인선 전구간 개통식에 내걸린 태극기와 일장기의 크기는 대등했다. 이듬해 경부선 기공식 사진 속 태극기는 일장기보다 훨씬 작은 크기다. 1905년 경부선 개통식에선 태극기는 사라지고 일장기와 욱일기만 보인다. 을사늑약이 있던 그해다. 책은 총 3부12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천황을 상징하는 국화를 비롯해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에서 유래한 욱일기, 히노마루(일장기), 모란(보탄), 사쿠라, 오동잎(기리몬), 야타가라스 등 일본의 수많은 상징과 함께 조선 왕실(대한제국 황실)을 표현한 이화, 태극 문양과 태극기, 무궁화, 삼족오 등 한국의 상징들을 검토하고 분석했다. 저자는 한일의 다양한 국가·민족 상징들이 어떻게 대립하고 경합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까지 이르고 있는지 연구했다. ‘상징’이 지니는 종교적 성격까지 고려해 단순한 한일관계사적 접근을 넘어선 종교문화사적 관점까지 도입했다. 참신한 시각에 더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검토한 연구 정신이 돋보이는 책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6┃김난도 외 11인 지음. 미래의창 펴냄. 424쪽. 2만원] 한국을 대표하는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출간됐다. 내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AI로 인한 직·간접적인 변화와 AI 시대에 맞선 인간의 대응을 주제로 한다. AI가 내년 한국인들의 경향성을 이끌 강력한 동력이라고 본 것이다. 김난도를 비롯한 저자들이 AI와 파급 효과를 파고들어 찾은 여러 키워드는 AI의 효율성을 찬양하거나 부작용을 경계하는 이분법적인 논의가 아니다. 오히려 저자들은 인간 고유의 역량과 AI의 능력을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창출해야하는 때라고 말한다. 책 서문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제 AI를 빼고 트렌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인공지능이 쓰나미처럼 세상을 뒤덮고 있다…핵심은 인간을 대체하거나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완하고 성장하게 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답은 ‘인간’에게 있었다. 이는 책에서 내년 10대 키워드의 핵심을 ‘HORSE POWER’라는 말로 표현한 배경과도 맞닿아있다. HORSE POWER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켄타우로스를 상징한다. 켄타우로스는 상체는 인간이지만, 하체는 말인 존재다. AI 시대를 이끌 힘(POWER)은 빠르고 강력한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켄타우로스처럼 달리는 존재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될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판단인 것이다. 내년은 이세돌 9단과 AI 알파고가 대국을 펼친 지 10년째 되는 해다. 당시 AI를 상대로 1승을 거뒀던 이세돌의 제78수는 역사적인 승부수로 기록된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2026년이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며 “AX 대전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AI에게 압도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한수는 무엇인가? 가장 나다운 자신만의 제78수를 당신은 가지고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드레북스 刊) 저자는 소외되고 버려진 것에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고 창조하는 능력, 거기에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덧대면 ‘혁신’이 된다고 강조한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통념을 뒤집는 ‘창의가’ 혁신을 만든다는 것이다. 기계와 로봇이 늘면서 제조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전산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사무실에서도 사람이 사라졌으며, AI 등장으로 고소득 전문직조차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저자는 이제 ‘그럭저럭 살던 시대는 끝났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창의’와 ‘혁신’이라고 진단한다. 기계와 AI가 학습할 수 없는 데이터에서 창의를 찾고, AI가 추론으로는 얻을 수 없는 혁신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 책에는 그 방법이 담겨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나를 위한 경쟁력, 2장 새로움으로 통하게 하라, 3장 모두를 위한 시작이다. 저자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리좀 모델을 인용해 줄기가 땅속으로 들어가 사방팔방 뻗어가는 뿌리처럼 장애물을 만나면 뚫거나 우회하고 결합해 성장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 재료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하나로 똘똘 뭉치는 비빔밥을 예로 들어 좋은 인재들을 융복합해 시너지를 내는 인간 촉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책은 각 장마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행 방안을 제시해 실용성을 높였다.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창의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이 책이 일상에서 단서를 찾아 상상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고 평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아시아·유럽 총괄은 “역사와 기술, 철학을 넘나들며 날카롭고 재기 넘치는 통찰을 풀어낸다”고 말했다. 또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하려면 창의와 혁신이 일상이 되고 습관이 돼야 한다”며 “이 책은 불리한 상황과 조건을 버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강점으로 바꿔 혁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한국 양명학의 전개와 특수성을 사상사적 시각으로 조명한 학술교양서 ‘양명학’이 출간됐다. 이 책은 한국 사상가의 궤적과 철학적 개념을 탐구해 인간 안에 잠재한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기획한 ‘사유의 한국사’ 교양총서 여섯 번째 책이다. [양명학┃한정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펴냄. 600쪽. 3만5천원] 15~16세기에 형성된 양명학은 동아시아인들의 의식과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이다. 한국, 중국, 일본 삼국에서 양명학은 각국의 정치 문화와 학술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에서는 명대 사상의 주류로, 일본에서는 국민도덕학으로 기능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자학자들의 비판 속에서 수용되고 특화된 경향을 보인다. 이는 한국 양명학의 특수성을 규명하기 위해 비교 연구가 필요하며 동아시아 내에서 한국 양명학 의의를 탐구해야 하는 이유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됐다. 한국 양명학 연구의 기존 철학사적 관점과 윤남한(1922~1979, 역사학자)이 제시한 사상사적 관점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나아가 양명학의 본질적 특성을 규명하고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사상사적 관점의 연구 비중을 높여 한국 양명학의 전개 과정을 폭넓게 살펴본다. 저자인 한정길은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양명학 연구자다. 조선시대 경학과 동아시아 양명학을 중심으로 사상사의 흐름을 연구한 그는 조선 지식인들이 양명학을 수용하고 변용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조명해왔다. 발간까지 약 4년이 걸린 이 책은 단편적인 연구가 아닌 깊이 있는 통찰을 얻기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일관되고 균형잡힌 시간으로 오래도록 탐구하고 쓴 책이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권오만 교수 신간 - 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사찰 이야기.] 환경계획과 조경학을 전공한 권오만 경동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가 사찰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한 보고서 ‘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사찰 이야기’를 발간했다. 사찰은 문화와 역사, 자연이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이 책은 무심히 지나치던 사찰의 건축적 비밀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저자는 천년을 지켜온 사찰 건축의 기술과 철학은 물론 그 안에 숨어있는 사회·문화·종교적 의미를 깊이 있으면서도 쉽게 풀어냈다. 책은 ‘전통사찰, 그 안의 원리와 신비’, ‘지혜와 예술이 숨 쉬는 공간’, ‘모두를 포용하는 품이 넓은 공간’ 등 세가지 주제로 나눠 사찰이 종교적 공간이면서도 사회와 대중과 상호작용하며 우리 전통사회의 문화와 생활에 깊이 들어온 현상을 살펴본다. 권 교수는 “사찰은 토속신앙과 도교까지 끌어안은 융합적 공간이다. 사찰 건축에 담긴 여타 종교 등 외부에 대한 포용과 공존은 극한 갈등으로 치달리는 오늘날 특히 많은 성찰을 건넨다”고 말했다. 한편 권 교수는 ‘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2022), ‘잊혀진 문화유산(2018)도 출간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온도 36.5┃이진경 지음. 진원 펴냄. 96쪽. 9천원] 저자는 사회복지학 박사이면서 시인이기도 하다. 새로 출간한 시집 ‘온도 36.5’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주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인간 존재의 공통된 정체성과 감정을 깊이 탐구하는 시들을 담았다. 시집 제목은 따뜻한 체온인 36.5℃를 상징적으로 설정했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도 연대감과 공감을 내는 온도다. 저자는 시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이질적 경험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다룬다. 예술이 공감의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시집은 ‘낯선 땅, 새로운 시작’ ‘삶의 무게, 일상이 풍경’ ‘사랑, 가족 그리고 그리움’ ‘오해와 상처 그리고 용기’ ‘함께 피우는 희망’ 등 5개 주제로 나눠 총 51편의 시를 실었다. 저자 이진경 박사는 “사회복지와 문학의 융합을 통해 개개인의 긍정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며 “이번에 낸 시집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존중받고 이해되는 사회를 지향하고, 더욱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장학사는 처음이라┃이광국 지음. 빨간소금 펴냄. 188쪽. 1만5천원] 국어 교사이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가인 저자가 이른바 ‘진보교육감’ 당선 이후 교육청 파견 교사와 장학사가 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담담하게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을 ‘노동수기’라고 불렀다. 1970~19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장학사는 ‘학교 청소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장학사에 대해 ‘교장, 교감 하려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장학사는 학교 자율성과 민주적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한 지원자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만 있던 저자는 2018년 7월 인천시교육청으로 첫 출근을 했다. 그가 발령 첫해 맡은 업무는 ‘학교 업무 정상화’ ‘정책 사업 정비’ ‘토론회 운영’ 등이었다. 학교 업무 정상화는 여전히 논란인 ‘교사의 방학 근무조 운영 폐지’와 관련됐다. 정책 사업 정비는 행정 조직에서 흔히 나타나는 속칭 ‘업무 핑퐁’ 문제를 다뤘다. 이 같은 교육청의 모습은 저자가 겪은 일화를 통해 현장감 있게 드러난다. 저자는 교육 운동으로 해결하지 못한 학생들의 ‘입시 경쟁’이란 고통을 교육행정으로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교육청에 들어갔다고 한다. 저자가 교육청에서 입시 경쟁 교육 해소를 위해 제안한 일들은 대부분 “그건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라는 답변에만 그쳤다. 장학사노동조합을 만들고자 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진보교육감 교육청에서 장학사로 일한 자신에 대한 반성이며, 진보교육감 시대에 대한 비판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감은 어떨까? 교육감은 지역 교육과 학예에 관해 예산 집행권과 인사권 등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것 자체가 정치의 요소이므로, 교육감이 곧 정치적인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권력의 내재적 관성에 따라 권력의 유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과, 그들이 교육 운동 또는 교육행정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비록 차기 선거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은 얼마나 후자를 도모하고 있는가?” (148~149쪽) 저자는 지난해 6월 ‘교육감에게 쓰는 편지’를 작성하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보내 교육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입시 경쟁 해소를 교육부, 정부, 국회, 대학 등이 못 하겠다면, 교육청에서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올해 새 학기부터 인천 안남고등학교 체육 교사로 발령받아 학교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국어와 체육 복수 전공자였지만, 체육교사는 또 처음이라고 한다. 빨간소금 출판사 ‘처음이라’ 시리즈 6번째 책이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반짝이는 것들만 남은 11층┃홍숙영 지음. 여우난골 펴냄. 144쪽. 1만2천원] 현대시문학으로 등단한 홍숙영 시인의 시집 ‘반짝이는 것들만 남은 11층’이 독자들을 만났다. 이번 시집에선 사회를 직관하고 오래도록 성찰한 홍 시인의 깊은 통찰력이 오롯이 드러난다. 한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메시지를 유화 이미지처럼 펼쳐낸 그의 시는 시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책장을 들추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시는 ‘이상한 번역시와 골똘한 착상’이다. 인공지능이란 거대한 시대적 변화를 맞닥뜨린 문단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에서 홍 시인은 AI가 쓴 시는 일종의 착란과 같다고 썼다. “빛나는 언어가 별처럼 떠다니는 시인들의 채팅방, 한 시인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각자 AI의 도움을 받아 시 경연대회를 열자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똑똑한 프로그램을 고른다면 위대한 시인으로 인정받는 거죠 사실 AI가 똑똑한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엘리사 효과에 속고 있어요.” 그리고는 화자를 통해 AI가 쓴 시를 ‘이상한 번역시’라고 평한다. 기계적으로 문장을 만들어내는 AI의 모습을 비춘 홍 시인은 영국의 유명 포크가수로 알려진 ‘닉 드레이크’를 끌어들여 예술로서의 시의 본질을 언급한다. 시인은 망설임없이 노래한다. “조바심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성공이나 사랑, 혹은 면접을 치른 어두운 기다림 속에도 / 하지만 날것의 예술은 느림이 힘이죠 어떠한 모델도 필요 없어요 나는 그 자체로 특별하니까요 따라 할 이유도 없답니다 / 요절한 천재 닉 드레이크는 분홍 달빛에 희망을 걸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그의 노래에 관심을 갖지는 않았죠. 닉 드레이크의 ‘분홍 달빛’이란 어쩌면 일상과 예술, 평범함과 숭고함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마법입니다.” 홍 시인은 책 속 시인의 글을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런 문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보다 긴 시간 되짚어 보고 한편의 시에 담고자 했다”며 “동시대에서 펼쳐진 여러 문제를 나만의 방식으로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호르몬이 만든다(안철우 지음, 피카 라이프 刊)] 20~30대처럼 보이는 50대가 있는가 하면, 40~50대처럼 보이는 30대가 있다. 시술을 받거나 꾸준히 관리하고 꾸며서 어려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동안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국내 당뇨병 호르몬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은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그 차이를 ‘호르몬’에서 찾았다. 호르몬은 인체가 스스로 분비하는 일종의 화학물질로, 몸속에 있는 수많은 장기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면역력을 높이고,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게 하며, 지방을 없애고 근육량을 늘려서 젊고 건강한 몸을 만들고, 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하는 일까지, 이 모든 것을 호르몬이 한다는 것.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호르몬이 만든다’는 지난 2017년 출간된 후 8년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책이 절판되면서 지난 8년간 건강 서적으론 드물게 10배가 넘는 가격에 중고 거래가 되기도 했고 독자들의 출간 요청이 꾸준히 이어졌다. 호르몬의 개념과 그 실체부터 저속노화를 위한 4대 호르몬, 호르몬 기능을 되살리는 저속노화 프로그램, 옥시토신 관리 등 저속노화를 위한 호르몬의 활용법이 상세하게 제기됐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소설 ‘매듭의 끝’ (현대문학 刊)] 뒤틀린 욕망은 사람을 어디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가. 친구, 연인, 가족 등 가장 내밀하고 가까운 관계는 어느 날 날카로운 칼날이 돼 파고든다. 소설 ‘매듭의 끝’은 말끔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을 파헤치며 ‘반전의 여왕’이란 수식어를 자랑하는 정해연 작가가 한국 추리·스릴러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홍학의 자리’ 이후 다시 한번 팬들을 즐겁게 할 작품이다. 그의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관계는 ‘어머니와 아들’이다. 작가는 “극한까지 처절한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뒤틀린 ‘모성(母性)’이란 욕망을 해부한다. “엄마, 사람을 죽였어”. 인생의 목표라곤 오로지 회사와 아들의 성공뿐인 엄마 박희숙은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다’고 다짐한다. 사건을 담당한 이인우 형사는 박희숙-최진하 모자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칠수록 유년 시절 잔상이 떠올라 괴롭다. 그가 벗어날 수 없는 장면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와 자신이 어머니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은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는 한 여성과,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어머니를 의심하는 각기 다른 두 모자의 이야기를 숨 가쁘게 교차한다. ‘모성’이란 욕망이 은폐한 사실, 잘못 꼬인 매듭이 풀린 후에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도시개발론┃변병설·박석규 지음. 박영사 펴냄. 468쪽. 2만6천원] 도시개발이라는 주제를 학문적이면서도 실무적으로 조망한 책이다. 도시개발의 이론적 기반부터 개발계획 수립과 집행 과정, 제도·정책, 실제 개발 사례까지 도시개발의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저자는 도시 공간의 물리적 형성과 함께 그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사회적·경제적 작동 원리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도시개발과 부동산 분야는 물론 국토, 도시, 시설 관련 공공 영역, 민간 건설사, 개발금융 종사자,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인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와 박석규(도시계획학 박사) 인천도시공사(iH) 팀장이 함께 썼다. 저자들은 “어쩌면 넓은 의미의 ‘도시’라는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는 우리 모두는 도시개발이라는 분야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책을 통해 도시라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도시개발의 미래가 어떨지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저속노화 마인드셋(정희원 지음, 웨일북 刊)] 저속노화의 열풍엔 정희원 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중심에 있다. 그는 2023년 1월에 출간한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에서 ‘저속노화’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정 교수는 신체적인 노화방지를 넘어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저속노화 마인드셋’에서 ‘마음의 속도’에 주목한다. 그는 가속 사회에서 시급한 건 더 많은 실천법이 아니라고 한다. 건강 실천에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고, 그러니 먼저 마음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한다.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내 몸의 주도권을, 나아가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선언이다.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힘부터 회복하게 하는 마인드셋이 우선인 셈이다. 저속노화 전문가이자 번아웃을 통해 가속노화를 뼈아프게 경험한 저자의 시선은 단순한 의학적 조언을 넘어, 현실의 피로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천천히 회복할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조언들을 전한다. 바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살면서, 숨 가쁠 수밖에 없는 삶 속에서 내 몸의 주도권을 되찾고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법이 눈길을 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