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및 추천도서

노동현장에서 길어올린 진솔한 실천문학

  [시에시선 100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정세훈 지음. 시와에세이 펴냄. 103쪽. 1만3천원]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 / 나는 / 추울 때 / 춥다고 / 말할 수 있다’(시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 전문) 오랜 시간 노동 현장에 몸담았던 정세훈 시인이 기교나 수사 없이 쓴 진솔하고 담백한 짧은 시다. 신작 시집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의 표제시다. 실천적 문학을 지향하는 시인이기에 그가 쓴 ‘사랑’에 대한 시 또한 세상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시인의 내면에 쌓여 있던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슬픔, 공감과 연대의 시가 이번 시집에서는 다양한 사유와 진솔한 언어로 그려졌다. 시집에는 ‘내 유골 뼛가루 뿌려지듯’ ‘목구멍으로 우는 눈물’ ‘삶’ ‘새로운 혁명의 시를 쓴다’ ‘병든 꽃 늙은 꽃’ 등 신작 시들이 수록됐다. 정세훈 시인은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 비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부평4공단 여공’ ‘몸의 중심’ ‘고요한 노동’, 동시집 ‘공단마을 아이들’, 장편소설 ‘훈이 엉아’, 장편 동화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등 시뿐 아니라 다수의 동시, 동화, 소설, 산문을 발표했다. 현재 충남 홍성에서 노동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신간] 일장기 옆 사라져 간 태극기… 상징이 들려주는 한일 역사

  [심볼전쟁┃홍이표 지음. 진인진 펴냄. 412쪽. 4만5천원]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은 1900년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성당이다. 성당 외부는 한국식 기와가 얹힌 전통 한옥 양식으로, 내부는 서양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진 독특한 근대 건축물이다. 성공회 강화성당의 강대상에는 양쪽 측면에 14엽 국화가, 기둥에는 16엽 국화가 새겨져 있다.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성공회 온수리성당, 수원성당과 서울대성당 좌우측 제대에도 16엽 혹은 14엽 국화 문양이 여러 곳에 새겨져 있다. 16엽 국화는 ‘일본 천황’을, 14엽 국화는 ‘천황가’를 각각 상징한다. 우리나라에 건립된 영국 성공회의 대표적 초기 건축물 내 종교시설물에서 왜 국화 문양이 공통적으로 발견될까. 최근 ‘심볼전쟁’을 펴낸 신학자이자 종교사학자 홍이표는 1902년부터 1923년까지 이어진 ‘영일동맹’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일본은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을 2년 앞두고, 러시아의 극동 진출과 한반도로의 남진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서방 열강과는 처음으로 영국과 군사동맹을 맺는다. 영국 성공회 성당의 국화 문양은 ‘장미와 국화의 만남’으로 대표되던 상징적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영국 성공회의 기도문이 왕과 왕실을 위한 기도를 매번 잊지 않는 것처럼 일본 성공회의 기도문에도 천황과 천황가를 위한 기도가 등장했다. 일본 성공회가 ‘일본성공회기도서’에 담은 천황을 위한 기도 문구는 1988년 삭제됐다. 저자는 “일본제국에 편입된 조선에서의 성공회 성당에서는 일본인 신자들도 다수 예배에 참석했으며, 천황 및 천황가를 의미하는 국화 문양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책의 부제는 ‘상징의 한일관계사’다. 저자는 그동안 시도되지 않은 ‘상징’이란 키워드를 통해 한일관계사와 작금의 한일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다. 우리나라 초기 철도 기공식과 개통식 사진을 분석해 보면,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급변하는 한일 관계를 살필 수 있다. 1900년 경인선 전구간 개통식에 내걸린 태극기와 일장기의 크기는 대등했다. 이듬해 경부선 기공식 사진 속 태극기는 일장기보다 훨씬 작은 크기다. 1905년 경부선 개통식에선 태극기는 사라지고 일장기와 욱일기만 보인다. 을사늑약이 있던 그해다. 책은 총 3부12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천황을 상징하는 국화를 비롯해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에서 유래한 욱일기, 히노마루(일장기), 모란(보탄), 사쿠라, 오동잎(기리몬), 야타가라스 등 일본의 수많은 상징과 함께 조선 왕실(대한제국 황실)을 표현한 이화, 태극 문양과 태극기, 무궁화, 삼족오 등 한국의 상징들을 검토하고 분석했다. 저자는 한일의 다양한 국가·민족 상징들이 어떻게 대립하고 경합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까지 이르고 있는지 연구했다. ‘상징’이 지니는 종교적 성격까지 고려해 단순한 한일관계사적 접근을 넘어선 종교문화사적 관점까지 도입했다. 참신한 시각에 더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검토한 연구 정신이 돋보이는 책이다.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26]쓰나미, 인간 역량이 가치를 만든다

  [트렌드 코리아 2026┃김난도 외 11인 지음. 미래의창 펴냄. 424쪽. 2만원] 한국을 대표하는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출간됐다. 내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AI로 인한 직·간접적인 변화와 AI 시대에 맞선 인간의 대응을 주제로 한다. AI가 내년 한국인들의 경향성을 이끌 강력한 동력이라고 본 것이다. 김난도를 비롯한 저자들이 AI와 파급 효과를 파고들어 찾은 여러 키워드는 AI의 효율성을 찬양하거나 부작용을 경계하는 이분법적인 논의가 아니다. 오히려 저자들은 인간 고유의 역량과 AI의 능력을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창출해야하는 때라고 말한다. 책 서문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제 AI를 빼고 트렌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인공지능이 쓰나미처럼 세상을 뒤덮고 있다…핵심은 인간을 대체하거나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완하고 성장하게 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답은 ‘인간’에게 있었다. 이는 책에서 내년 10대 키워드의 핵심을 ‘HORSE POWER’라는 말로 표현한 배경과도 맞닿아있다. HORSE POWER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켄타우로스를 상징한다. 켄타우로스는 상체는 인간이지만, 하체는 말인 존재다. AI 시대를 이끌 힘(POWER)은 빠르고 강력한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켄타우로스처럼 달리는 존재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될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판단인 것이다. 내년은 이세돌 9단과 AI 알파고가 대국을 펼친 지 10년째 되는 해다. 당시 AI를 상대로 1승을 거뒀던 이세돌의 제78수는 역사적인 승부수로 기록된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2026년이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며 “AX 대전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AI에게 압도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한수는 무엇인가? 가장 나다운 자신만의 제78수를 당신은 가지고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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