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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자름과 잇기’로 구축한 미학… 이병국 시집 ‘빛그늘’

  [[신간] ‘자름과 잇기’로 구축한 미학… 이병국 시집 ‘빛그늘’] 이병국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빛그늘’(걷는사람 시인선 136)이 출간됐다. 전작들을 거치며 단절과 재구성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 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름’과 ‘잇기’라는 두 손동작을 하나의 미학으로 정교하게 가다듬는다. 그가 반복해 손에 쥔 가위는 결코 한순간의 파괴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고 평범한 손질을 통해 엉킨 매듭을 조금씩 풀고, 잘라 낸 자리마다 새로운 실을 대어 또다른 관과와 시간을 만들어 내는 도구다. 시는 단호한 절단의 칼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천천히 작동하는 수선의 공예품처럼 읽힌다. ‘엇갈린 나뭇가지 사이로 뭉툭한 바닥을 뉜다 / 빛의 그늘과 / 맞닿은 어둠이 비틀대며 // 우리를 가른다 // 어제의 네가 달무리에 잠기듯 / 가을은 짙고 / 나는 발끝에 맺힌 기억을 들추지 못하고 갈라진 채로 있다’ (표제시 ‘빛그늘’ 中) 후반부로 가면 시선은 개인을 넘어 역사와 공동체의 상처로 확장된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룬 ‘1980년으로부터’,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는 ‘다시 시작하는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사건들을 기억하고 그 숨결을 잇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가 드러난다. 이병국 시인은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과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방화문, 닫혀 있을 때 비로소 열리는 ‘생명의 문

  [양금119안전센터 소방교 정준영] 우리는 매일 수많은 문을 열고 닫으며 살아간다. 현관문을 나서 직장으로 향하고, 사무실 문을 열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처럼 문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통로이자 소통의 창구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닫혀 있을 때라야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문이 있다. 바로 화재 발생 시 화마와 유독가스를 막아주는 ‘방화문’이다. 아파트나 고층 건물의 계단실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두꺼운 철문은 평소에는 그저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겨지기 쉽다. 양손에 짐을 들고 지나가야 할 때나, 환기가 필요할 때 저절로 닫히는 방화문은 성가신 장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편의를 위해 소화기나 벽돌, 말발굽 등으로 방화문을 강제로 열어둔 모습을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열린 틈’이 화재 시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지 직시해야 한다. 방화문은 단순히 구역을 나누는 벽이 아니라 화재 시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 치명적인 연기의 이동을 차단하는 ‘생명의 방패’이다. 과거 다수의 사상자를 낸 대형 화재 참사들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관리 소홀로 인해 활짝 열려 있던 방화문이 피해를 키운 주범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화염 속에서도 굳게 닫혀 있던 방화문 하나가 온 가족의 생명을 구한 기적같은 사례들도 존재한다. 불편함은 잠시지만, 안전은 영원하다. 방화문을 닫는 그 작은 손짓 하나가 위급 상황에서 골든 타임을 확보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기적의 시작이 된다. 오늘, 당신이 무심코 닫은 그 문이 누군가의 내일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닫힌 방화문, 그것은 우리 가족의 안전을 여는 첫 번째 열쇠이다.

[새로 나온 책] 하프 타임, 인생 2막을 디자인하라

  [[새로 나온 책] 하프 타임, 인생 2막을 디자인하라] 지금의 30~50대가 맞을 인생 후반기의 설계를 강조하며 이를 여러 방안으로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60세 언저리에 은퇴하더라도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인해 수십 년에 달하는 인생 2막을 사는 요즘 철저한 노후 대비는 이제 필수 과제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37.7%(2021년, 가처분소득 기준)로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며 특히 빈곤층에 속하지 않더라도 자산 대부분을 집으로 소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자산 구조는 인생 2막의 경제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더한다. 최근 늘어난 노후 일자리 역시 배달 알바나 물류센터 일용직 등 단순노무직이 주를 이루는 현실 또한 인생 후반기를 위한 철저한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책은 연금 제도의 미성숙, 조기 퇴직, 개인 노후 준비의 한계 등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겪는 현실의 이유를 들어 지금의 30~50대가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30~50대 연령에 속한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다양한 노후 준비 수단이 있다며 무엇보다 ‘나를 고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경제적 준비’, ‘건강 관리’, ‘지속 가능한 일’이라는 세 가지를 제시하며 베이비붐 세대의 현실을 보며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길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들의 룰에 맞춰 살며 인생의 전반전을 헤매고 있는 이라면 후반전에 역전승을 일궈내는 축구 경기처럼 이 책에서 하프타임의 전술을 찾아볼 수 있다.

[신간소개] 살림의 과학·부모의 자리

  [살림의 과학(이재열 지음)] 갓, 반닫이, 맷돌, 호족반 등 전통 살림 살이와 의복에는 어떤 과학적 의미가 숨어있을까. ‘살림의 과학’에서는 전통 가옥을 구성하는 부엌, 안방, 대청, 사랑채 등을 훑으며 요긴하고 자잘하게 쓰이는 가재도구를 세밀하게 살핀다. 오래된 농서 ‘산가요록’을 만든 전통 한지의 비밀과 전통 음식 조리에 사용된 토기, 도기, 자기 등 그릇, 음식물이 썩지 않도록 애쓴 조상들의 슬기로운 보관법을 분석하기도 한다. 미생물학자로 농작물을 망치는 바이러스부터 인간에게 치명적인 세균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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