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 아산시 시청
[금요저널] 그러나 이 논의가 시민의 삶을 위한 숙고의 결과인지, 아니면 선거를 앞둔 정치적 구호인지는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은 도시의 이름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사례는 분명한 교훈을 준다.
성공사례-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무려 12년에 걸친 논의와 네 차례의 시도 끝에 이뤄졌고, 청주시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했다.
통합 시청사를 옛 청원군 지역에 배치하고, 농어촌 지역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등 75개의 상생 방안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그 결과 청주는 인구 85만의 거대 도시로 성장하며 국가 전략 사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실패 사례- 경남 창원시는 정치 주도의 하향식 통합이 남긴 후유증을 보여주는 사례다.
충분한 공론화 없이 추진된 통합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청사 위치와 도시 정체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마산 지역의 공동화와 재분리 논란은 행정 통합이 곧 발전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현재 진행형-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역시 시민 공감대를 넘지 못해 세 차례나 무산됐다.
이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정치의 의지가 아니라, 시민의 동의와 실질적인 이익이다.
이 점에서 지금의 아산·천안 통합 논의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아산과 천안은 이미 각자 자족 기능과 뚜렷한 성장 동력을 갖춘 도시다.
아산은 첨단 제조산업의 중심지로, 천안은 교통·교육·서비스 산업의 거점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두 도시를 충분한 검증 없이 행정적으로 묶는다면, 시너지는 불확실한 반면 행정 혼선과 재정 부담은 현실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되는 행정 효율성과 재정 확대 효과는 아직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되지 않았다.
반대로 조직 개편과 청사 조정, 행정 체계 재편에 따른 비용과 혼란은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시민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통합이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세금, 행정 서비스, 지역 간 예산 배분 문제의 책임은 결국 시민이 떠안게 된다.
행정구역 통합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다.
객관적인 실익 분석과 충분한 공론화, 시민 주도의 숙의 과정 없이 추진되는 통합은 발전이 아니라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아산·천안 통합은 ‘하면 좋아 보이는 선택’이 아니라, ‘해도 되는지 증명해야 하는 선택’이다.
천철호 의원은 “각자의 경쟁력을 갖춘 아산과 천안은 통합이 아닌 자족도시로서 지방정부의 모범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아산·천안 통합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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