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현 시인 “AI시대, 온몸으로 글쓰는 순간 경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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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25 12:44:56

     

    [안도현시인]

    이른바 ‘연탄 시’, ‘너에게 묻는다’ 등으로 널리 알려진 안도현 시인이 지난해 말 신작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를 펴냈다. 5년 만에 발표한, 그의 12번째 시집이다. 안 시인은 지난 20일 수원 팔달문화센터를 찾아 신작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 새해 희망과 연대의 가치 등을 시민과 공유하기도 했다.

    23일 중부일보와 만난 안도현 시인은 “유튜브 영상에 맞춤형 인공지능까지, 사실 시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 세상에 종이나 활자 양식으로 승부한다는 게 과거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어 “거꾸로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이 세상 거의 대부분의 시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시를 읽기 위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속에 내가 쓴 시들이 들어 있다”며 “종이를 넘기면서 시를 읽는 시대에서 이제는 스마트폰 속에서 시를 읽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1981년 등단해 올해로 46년의 시력(詩歷)을 쌓은 안도현 시인은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발전이 독서의 방식, 혹은 독서라는 행위마저 대체해 버린 시대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안 시인은 “물론 세상에 재미있는 게 많긴 하지만 짬짬이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한 편, 버스를 타고 가면서 또 한 편을 읽을 수 있는 시대 아니냐”면서 “세상은 시에 불리해졌지만 오히려 일반 대중에게는 시를 접하기 용이해진 시대”라고 했다.


    안도현 시인
    소소한 풍경이나 평범한 사물에 관념을 투영하고, 대중의 사랑까지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안 시인은 ‘시인의 역할’로 답했다. 그는 “특별한 성찰 과정이 있다기보다 일상에서 일반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이를 뒤집어서 보여주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게 시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고, 모든 시인이 이를 위해 노력한다. 나는 가능한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려는 시적인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안하고 따듯한 소재로 한국 서정시의 지평을 넓히기까지, 안 시인은 시대 변화를 위한 투쟁의 펜촉도 날카로이 세워왔다.


    죄 많은 수업시간 생각난다/저 아름다운 폭도들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다/떼지어 몰려와 내 몸에도 반짝이는 비늘을 입혀주고 같이 헤엄치자고/먼 바다에도 한번 데려가 달라고/이 세상에 해방이 어디 따로 없음을 알겠다.

    (안도현 시집 ‘모닥불’ 중 ‘운동장에서’)


    안도현 시인
    특히 등단 이후 1980년대 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하던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을 이유로 해직됐을 당시의 심경도 시에 고스란히 기록했다.
     

    쫓겨난 교문 밖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습니다/그대의 하늘 쪽을 바라보는 동안 이 엽서에 퍼담을 수 없을 만큼 눈이 내렸습니다/보고 싶다는 말만 쓰려고 했습니다/눈 덮인 학교 운동장을 맨 먼저 발자국 찍으며 걸어갈 아이를 멀찍이 뒤에서 불러 보고 싶다는 말은 정말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중 ‘겨울 엽서’)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이기적인 현대인에 대한 비판 의식이 깔린 시 ‘너에게 묻는다’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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