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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빛그늘’(걷는사람 시인선 136)이 출간됐다.
전작들을 거치며 단절과 재구성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 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름’과 ‘잇기’라는 두 손동작을 하나의 미학으로 정교하게 가다듬는다. 그가 반복해 손에 쥔 가위는 결코 한순간의 파괴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고 평범한 손질을 통해 엉킨 매듭을 조금씩 풀고, 잘라 낸 자리마다 새로운 실을 대어 또다른 관과와 시간을 만들어 내는 도구다. 시는 단호한 절단의 칼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천천히 작동하는 수선의 공예품처럼 읽힌다.
‘엇갈린 나뭇가지 사이로 뭉툭한 바닥을 뉜다 / 빛의 그늘과 / 맞닿은 어둠이 비틀대며 // 우리를 가른다 // 어제의 네가 달무리에 잠기듯 / 가을은 짙고 / 나는 발끝에 맺힌 기억을 들추지 못하고 갈라진 채로 있다’ (표제시 ‘빛그늘’ 中)
후반부로 가면 시선은 개인을 넘어 역사와 공동체의 상처로 확장된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룬 ‘1980년으로부터’,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는 ‘다시 시작하는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사건들을 기억하고 그 숨결을 잇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가 드러난다. 이병국 시인은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과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