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흩어지는 인연이 필연으로 수렴해 가는 과정을 회화로 제시하는 이희돈 작가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청담 보자르갤러리(대표 허성미)에서 오는 10월 3일까지 "필연(必然): Destiny - 인연을 넘어, 필연으로 마주하다" 타이틀로 초대개인전을 실시 중에 있다.
'단색화 1.5세대'의 주요 작가로 손꼽히는 이희돈 작가는 서구의 모노크롬이 담아내지 못하는 한국적 정서와 질감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선보여 왔다.
작업은 곧 그의 삶 자체이다. 어떠한 어시스트도 없이 홀로 작업에 몰두하는 그의 작업실과 주거 공간은 3천 점이 넘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는 그의 예술적 집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단순히 색을 칠하는 행위를 넘어 반복적인 수행과 축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과정이다. 이는 한국적 미감과 정조를 담아내는 단색화에 수행성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미학적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화 세계는 '인연생기(因緣生起)'라는 사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캔버스 위에서 얽히고 쌓이는 물감의 복잡한 구조는 인간과 우주 그리고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는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이다.
천연 한지에 들어가는 닥나무 섬유질과 배합한 특허 받은 물감을 타공 기법한 캔버스 위에 마대 끈을 엮고 직접 만든 한지 섬유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 작품들은 작은 점과 같은 인간 존재가 맺는 인연을 담아낸다.
특히 오방색의 중첩과 두터운 마티에르는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을 자아내며, 희로애락이 응축된 화면은 거대한 우주 질서 속 생명력과 신비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은 인연이 충돌하고 확장하는 순간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이는 작가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자유의 열망을 온전히 담아낸다. 결국 그의 작업은 인연이 필연으로 수렴해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깊이 있는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청담 보자르갤러리 허성미 관장은 "반복과 수행의 붓질, 시간의 축적을 통해 인간과 우주를 잇는 소통의 구조를 구현한 철학적 작품은 감상자에게 큰 울림을 전달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주요 연작과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삶의 본질과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로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