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부장검사 대검찰청 진정서’입수 노동청, 압수수색 핵심 증거 확보에도 檢 부천지청장‘무혐의’종용
[금요저널] 취업규칙을 변경해 부당하게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유한회사 인사부문 대표이사가 검찰의 ‘뭉개기 수사’로 불기소 처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부천지청 검찰청 지휘부가 쿠팡 사건 담당 A 부장검사의 의견을 묵살하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핵심 증거를 누락해 무혐의·불기소 처분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부천지청 차장검사와 검사 출신 쿠팡 변호인 간에 수사 정보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최근 몇 년간 법조계와 경찰, 감사원, 정부부처 등 전방위적인 전관 영입을 추진해 질타를 받아왔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이 입수한 ‘A 부장검사의 대검찰청 진정서’에 따르면, A 부장검사는 엄희준 지청장 등 당시 검찰 지휘부 등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진정서에는 지난 1년간 검찰의 쿠팡 수사 뭉개기 전말과 압수수색 정보 유출 의혹 등이 담겼다.
지난해 9월 A 부장검사는 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신청한 ‘쿠팡 일용직근로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결재했다.
이후 2024년 9월 26일 11시경 노동청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쿠팡CFS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쿠팡CFS가 당초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지급해 오던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을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변경해 지급하지 않으면서 ‘퇴직금 미지급 진정·신고가 다수 접수됐기 때문이다.
당시 노동청은 ‘일용직 제도개선’ 등 쿠팡CFS가 계획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여러 문서를 압수했다.
압수 물품에는 당시 문제가 된 쿠팡의 2023년 5월 26일자 변경 취업규칙 효력 유무 및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포함됐다.
쿠팡은 취업규칙 변경 2개월 전 작성한 내부자료에서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시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 제기시 개별 대응”한다고 기조를 세우는 한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기준도 구체적으로 내부 공유했다.
그럼에도 그 과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으며 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는 2024년 9월 26일 단행된 쿠팡CFS 본사 압수수색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서에 따르면, 압수수색 집행 2시간 전인 오전 8시 49분 A 부장검사는 김동희 차장검사로부터 “노동청에서 쿠팡 압수수색한다는 말이 있던데, 혹시 부장님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셨느냐”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제 이날 오전 11시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만 청구할 뿐 실제 영장 집행 여부는 해당 노동청의 소수 인원만 극비에 알고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부장검사가 처음 쿠팡 사건에 관해 김동희 차장에게 보고한 날은 2024년 6월 25일 쿠팡 대리인 B 변호사와의 면담 전이었다.
당시 차장검사는 ‘그 사건은 다른 청에서도 모두 무혐의하는 사건이다.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 힘 뺄 필요가 없다.
나도 수원지검에서 공안부장 할 때 무혐의했던 사건이다’며 ‘혐의없음이 명백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보고를 마친 A 부장검사는 같은 날 오후 2시 쿠팡 대리인 B 변호사와의 면담 중 “김동희 차장검사와는 검사 시절 친한 동기 언니, 동생일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다녀 학부모로서 가족 모임도 하는 등 매우 친밀한 사적 관계에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 차장검사와 B 변호사가 사전에 압수수색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 방향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을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편 2024년 10월 10일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사건에 관한 다수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엄 지청장은 A 부장검사가 압수수색 청구를 전결 처리했다며 이를 문제 삼아 전결권을 박탈했다.
또 엄 지청장은 회의 석상에서 해당 내용으로 A 부장검사를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해 1월 23일 노동청이 압수수색 결과 등을 바탕으로 쿠팡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부천지청에 송치하자, 엄 지청장은 2월 김 차장검사와 A 부장검사를 불러 “두 분의 의견을 조율해 최종 사건 처리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엄 지청장은 새로 교체된 C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혐의없음’ 으로 정리하고 대검 보고용 보고서에 노동청의 압수수색 결과를 포함시키지 말라는 취지로 거듭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3·4월 C 주임검사는 1·2차 대검 보고용 보고서에 노동청이 확보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결과’를 빼고 대검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A 부장검사는 김 차장검사에게 핵심 쟁점이 누락됐다는 의견을 강력히 제시했지만 묵살됐다.
결국, 2025년 4월 28일 쿠팡CFS는 ‘혐의없음 등’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올해 5월 A 부장검사는 대검찰청에 제출한 진정서에 “엄 지청장과 김 차장검사에 대한 배신감과 대검 감찰 조사를 받는 현 상황에 대한 억울함에, 할 수만 있다면 피를 토하고 목숨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호소하며 자신의 상관을 상대로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이에 김주영 의원은 “노동부의 기소 의견에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은 검찰과 김앤장의 전관예우를 활용한 뭉개기식 수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공정과 정의에 앞장서야 할 검찰이 사법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보안 정보일 수밖에 없는 노동청 압수수색 정보가 당일에 어떻게 새어나가게 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가 권력에 의해 박탈되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와 노동청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김주영 의원은 쿠팡CFS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고용노동부의 부실심사를 지적했다.
2023년 5월 26일 회사가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고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오후 3시간 미만 기간이 포함되면 근로기간이 ‘0’에서 시작하도록 해 일용직 퇴직금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그 후, 취업규칙 변경으로 노동청에 다수의 진정, 고소·고발이 접수됐고 문제가 공론화되자 노동부가 수사에 착수해 올해 1월 23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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