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시인/전 진식>
왜소하고 깡마른 게 등짝에 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허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접고서야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육상 선수의 출발 자세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늘 바쁘게 뛰어다녔던 아버지의 지게
지겟작대기를 세우니
입을 허하니 벌린 세간살이가 업힌다
천리 서울 길
딸아이를 시집보내면서 지게에 태웠고
어머니를 지게에 뉘여
재 넘어 공동묘지도 갔다
돌아오는 지게는 가벼운 것이 아니라
무덤을 지고 비틀거리는 것이다
지게는 평생을 아버지의 등에 업혀 다녔다
아버지가 사랑한 지게
나이가 들고
이제야 지게가 내 것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