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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간의 삶을 위협한 존재였다. 기술 발전으로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뤄낸 와중에도 각종 감염병과 만성질환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혔으며, 우주 기술과 인공 지능이 도래한 지금도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승규 약사가 특정 전문가 집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 모두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약의 역사를 통해 인류가 어떻게 고통과 죽음에 맞서왔는지를 차분히 되짚는 교양서를 펴냈다.
책은 항생제, 말라리아 치료제, 소염진통제, 마취제, 항암제 등 인류의 생존 문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12가지 약을 중심으로 각 약이 탄생한 배경과 발견 과정, 사회에 미친 영향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풀어낸다.
약의 개발이 단번에 이뤄진 성과가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우연, 집요한 연구의 축적이었다는 점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역사와 과학을 생동감 있게 엮어 독자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심도 있게 다룬다.
해당 약과 얽힌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개하며 우리에게도 흔히 알려진 약들의 이면을 보여주고, 약의 작용과 부작용도 설명한다.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감염병 치료제와 항생제의 등장으로 역사의 흐름이 바뀐 사례와 마취제의 보급으로 외과 수술이 일상화되고, 현대 의료 체계가 자리매김하는 과정 등을 풀어낸다.
또 발기부전 특효약으로 널리 알려진 비아그라가 원래는 협심증 치료제였다는 사실과 수많은 현대인이 복용 중인 고혈압약이 브라질 독사의 독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등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약들의 뒷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약사로서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되, 어려운 용어보다는 이야기 중심의 서술을 택했다. 약의 성분이나 작용 원리를 나열한 지루한 이야기가 아닌 “이 약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몰입을 이끈다.
책은 약을 단순한 치료 도구가 아닌, 인간의 삶을 지탱해 온 문화적 자산으로 바라보며 병원과 약국이 일상이 된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건강 뒤에 어떤 시간과 노력이 쌓여 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약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과 함께 약이 품은 수백, 수천 년의 역사를 탐구하고 싶다면 이 책이 그 길라잡이가 돼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