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엉뚱한 물음에서 출발한 이 책은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문화에 숨겨진 진화사적인 의미를 다룬다.
저자인 장수철은 책을 통해 ‘과연 자연만이 침팬지와 인간을 가른 것일까’하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 현상인 K컬처가 등장한다. K팝, K푸드, K드라마를 비롯해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 즉 자연과 사회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즐거운 탐구의 여정이 오롯이 책에 담겼다.
문화가 유전자를 설계하고 있다는 가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책은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한 챕터를 들춰봤다. “잡담과 평판이라는 출입문을 잘 통과한 사회 구성원들은 살아남고 유전자를 자손에게 남길 수 있었다. 즉, 평판 문화가 유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124쪽)
이 구절은 혈연주의가 우선되는 사회에서 이타성이 등장한 배경과 평판에 민감한 인간의 본능을 생물학, 문화적 현상에 기인해 분석했다. 초기 인류는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데 인색했을지라도 문화적인 요인에 의해 간접적인 호혜성이 통용되고 평판이 중요한 사회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판이 중요해지면서 여러 문화적 장치가 출현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이야기, 소설, 연극, 영화와 드라마 등의 문화 콘텐츠는 사람들이 삶을 들여다보고 모범적인 사례를 따라 배우는 주요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문화와 생물학이라는 상당히 이질적인 분야를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런 점에서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독창적이고 치밀한 해석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