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 구미시 시청
[금요저널] 작품은 부당한 권력과 폭력, 분열의 시대에 정의를 묻고, 복수·화해·인간의 양심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진다.
중국 원대 잡극 『조씨고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한 고선웅 연출의 각색은 고전의 서사와 현대인의 삶을 교차시키며, 관객이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의 윤리와 사회적 감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거대한 복수 서사 속 인물의 감정을 치밀하게 직조한 연출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을 비추는 거울처럼 작동한다.
극은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에게 멸문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 ‘조씨고아’를 지키기 위한 정영의 선택과 헌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씨 집안의 문객이었던 시골 의사 정영은 갓난아이였던 조씨고아를 자신의 아들 정발로 숨겨 키우고, 정영을 측근으로 믿어온 도안고는 정발을 양자로 들이며 비극의 서막이 열린다.
장성한 정발에게 조씨 가문이 겪은 참혹한 진실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정영은 오랜 침묵을 깨고 복수를 부탁하며,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과 신의, 대의를 둘러싼 고뇌로 깊어져 간다.
작품은 원작 중국 희곡의 구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인물의 감정선을 촘촘히 쌓아 관객이 서사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한다.
복수의 허망함과 삶의 비극성처럼 무거운 주제를 품고 있지만, 적절히 배치된 희극적 장면은 긴장과 완급을 조율하며 서사의 몰입도를 높인다.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이 연극적 리듬은 극 전체의 정서를 풍부하게 확장시키며, 지금의 한국 사회가 마주한 윤리적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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