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없어요. 다니는 사람들 발걸음도 다른 때보다 빨라졌고요…."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오리역에서 전단지 나눠주는 일을 하는 임모(50대·여)씨는 4일 오후 3시 중부일보 취재진에게 이날 역사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일 특성상 역사 내 시민들을 가장 많이 봐왔다는 임씨는 "살인 예고글이 올라왔다는 것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적은 것 같다"라면서 "나도 걱정돼서 오늘은 일찍 퇴근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전날 오후 6시께 오리역 인근 서현역과 연결된 한 백화점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다수의 시민을 다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6시 40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 오리역 부근에서 흉기난동을 부리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외에도 이날까지 서현역, 잠실역, 강남역, 한티역 등에서의 흉기난동과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분당지역에 경찰특공대와 전술팀, 경찰관 기동대, 순찰차 등 총 98명을 배치했다. 근무 시 대테러 진압장비와 권총, 테이저건 등 무기도 휴대하도록 했다.
서현·오리역 주변 각각 35명씩 모두 70명의 경찰이 배치됐고, 정자·야탑역 주변에는 각 10명씩 총 20명이 동원됐다. 이외에도 판교·이매·수내·미금역 등에 경찰이 투입됐다. 배치된 이들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2인 1조로 움직이며 승객들을 살피고, 개찰구·출입구 등에서 상황을 감시했다.
4일 오후 4시 경찰특공대원들이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오리역사를 순찰하는 모습. 한준호기자
살인 예고에 더해 다수의 경찰관까지 오가면서 시민들은 불안을 넘어 공포마저 호소했다.
서현역에서 만난 이모(30대·여)씨는 "괜히 사람들 손에 흉기가 있는지 없는지 계속 쳐다보게 되고, 경찰관도 많으니 분위기가 무서워졌다"라고 불안해했다.
일부 직장인들은 ‘혹시 모를 불안감’에 월차나 반차 등을 쓰고 재택 근무를 하거나 조기 귀가를 하기도 했다.
살인 예고된 지하철역 인근 상가에서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손님으로 붐벼야 할 금요일 저녁 5~6시께임에도 오리역 인근 식당가는 한산했고, 한 가게에서는 손님이 없어 주인이 텔레비젼만 보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분당의 한 직장인은 "원래 지금쯤 동료들과 같이 저녁 메뉴를 정하곤 했는데,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불금(불타는 금요일)’인데도 이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