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섭 칼럼

[대한민국의 방향타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한미동맹의 균열 우려, 중국을 향한 전략적 모호성, 포퓰리즘 재정과 의회민주주의의 위기

이분희 취재본부장 2026.11.07 09:52

 

[필자]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요즘 국민들이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를 바라보며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한 정권 교체기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적 정체성을 가지고 생존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다.

미국에서는 2026년 중간선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누적된 국가부채와 생활고, 교육과 일자리 문제에 청년세대가 분노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미중 전략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첨단산업의 패권 경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재정적자는 확대되고 국가채무는 증가하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미래를 걱정하고, 기업들은 국내 투자환경과 국제경쟁력을 고민한다. 외교적으로는 한미동맹의 신뢰와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보다 정파적 대립에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는 정파를 떠나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무엇이며, 이 정부의 정책은 과연 그 국익에 부합하고 있는가?

 

1.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생명선이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과 함께 한미동맹이라는 안보의 기반이 있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발전, 국제적 위상을 지탱해 온 핵심 축이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는 한반도에서 한미동맹은 단순한 외교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전략적 기반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외교정책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외교와 국익 중심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협력하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국익을 지키려는 외교적 접근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실용외교라는 이름으로 전략적 원칙마저 모호해진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2026년 10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한미 간에는 정보공유 제한과 고위급 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했다. 미국 측은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북한 핵시설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았으며, 그 여파로 정보공유에 제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미동맹의 핵심은 군사적 신뢰와 정보공유다.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못한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를 한국 정부의 책임 하나로만 돌리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미국의 전략 변화와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역할 분담 요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마찰을 최소화하고 동맹의 신뢰를 회복할 책임이 있다.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주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주외교와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는 외교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자주성은 동맹을 약화시켜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 안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와 협상력을 높임으로써 확보해야 한다.

 

2. 중국을 향한 외교적 접근, 실용인가 전략적 모호성인가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 할 부분은 대중국 외교다.

중국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경제협력 대상국이다. 무역과 투자,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경제협력과 안보적 신뢰는 전혀 다른 문제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대한민국과 완전히 같은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과의 정치·군사적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대한민국의 해상교통로와 반도체 공급망, 국제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외교의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2026년 1월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한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충돌을 피하는 실용외교를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외교적 접근이 실제 국제정세에서 어떤 신호로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점이다.

중국은 대한민국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6년 8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말고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중국은 경제협력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전략적 경쟁의 당사국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안보적 기반이 약화된다면 그 비용은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CSIS 역시 2026년 6월 한국의 대중국 외교가 대만해협 등 역내 안보 문제에서 지나치게 모호해질 위험을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사드 배치 문제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얼마나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 경험했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 가능성을 의식해 안보적 원칙을 후퇴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면 대한민국의 외교적 자율성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에 묻고 싶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안보적 원칙은 무엇인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대한민국의 입장은 무엇이며,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어떤 협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정부는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중국과의 우호관계는 필요하다. 그러나 한미동맹을 희생하면서까지 추구해야 할 관계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중국의 눈치를 보는 국가도,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국가도 되어서는 안 된다. 국익이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양국을 대해야 한다.

 

3. 대북정책, 평화라는 이름으로 안보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평화는 모든 국민이 바라는 목표다. 그러나 평화는 일방적인 선언이나 대화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정책은 더욱 현실적이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은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과 군사적 긴장 완화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와 행동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의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더라도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평화는 상대방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무력 도발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충분한 억지력을 확보할 때 지속 가능해진다.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원칙은 대화와 억지의 병행이다.

 

4. 포퓰리즘 재정정책, 국민에게 나누어 주는 돈의 대가는 누가 지불하는가

이제 경제와 재정 문제를 살펴보자.

 

2026년 대한민국 본예산의 총지출은 727조 9천억 원이며, 국가채무는 1,413조 8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 8천억 원에 이른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이 당장 국가부도에 직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025년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은 현금성 소비 지원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인 소비 증가에 머물고 생산성 향상이나 기업 투자,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책의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돈을 나누어 주는 것만이 아니다. 국민이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고 기업이 성장하며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2025년 말 3조 4,605억 유로, GDP 대비 115.6%에 이르렀다. 이 문제는 단순히 포퓰리즘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고령화와 연금, 공공부문 지출, 저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무시하면 결국 복지의 수혜자조차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정부는 선심성 지출을 확대하기 전에 정책의 효과와 재원조달 방안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보다 정말 어려운 계층을 선별적으로 보호하고, 교육과 산업, 연구개발, 일자리 창출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복지는 국가의 책임이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재정이 없는 복지는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의 이전일 뿐이다.

 

5. 국회 다수의 힘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지 무제한의 권력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우려되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회의 다수 의석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한 정당한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헌법과 법률,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한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입법은 충분한 토론과 검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법안이라면 재정 추계와 장기적 영향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야당의 비판과 견제를 존중해야 한다. 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다수는 국가의 주인이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일 뿐이다.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파적 승리보다 국가적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

 

6.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 2035년을 향한 국가 대전환

 

지금 대한민국에는 분명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한미동맹을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핵심축으로 유지하고 미국과의 정보·군사·산업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 호주, 유럽 등 민주주의 국가와의 안보협력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유지하되 핵심기술과 전략물자, 공급망에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재정 준칙을 확립하고 연금과 건강보험을 개혁해야 한다. 복지지출은 보호가 필요한 국민에게 집중하고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

넷째, AI와 반도체, 바이오, 조선, 방위산업, 원자력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다섯째, 청년에게 희망을 돌려주어야 한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능력과 노력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맺음말. 정권은 바뀌어도 대한민국의 국익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

 

나는 특정 정당의 승리나 패배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파든 좌파든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은 비판받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이 언론과 오피니언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조한다면 그에 걸맞은 외교적 신뢰와 실질적인 협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면 안보적 원칙과 국가적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재정지출을 확대한다면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정파적 공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비판을 수용하고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민주정부의 책임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위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역사는 어느 한 정권이나 정당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온 자산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해야 할 책임은 더욱 무겁다.

국가의 안보를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세금을 정치적 인기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 다수 의석을 국민의 무제한적인 동의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정권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이 먼저이고, 정치인의 미래보다 국민의 미래가 먼저다.

 

정치는 다음 선거를 준비하지만 국가는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라가 아니라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당당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에게 돈을 나누어 주는 데 머무르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과 기술을 만들어 내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오늘 침묵한다면 내일의 청년들이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우리가 오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미래 세대는 우리가 남긴 부채와 외교적 부담, 정치적 갈등을 떠안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느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며, 다음 세대에게 반드시 지켜서 물려주어야 할 역사적 유산이다.

이제는 정파를 넘어 국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2026. 11.

 

대중문화평론가/칼럼니스트/이승섭

[불꽃]

 

이분희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