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의 올공 외침, 쿠팡 사태, 그리고 이념 과잉이 삼켜버린 대한민국
들어가며: 길을 잃은 대한민국, 그리고 상식의 침몰
작금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함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대내적으로는 헌법이 규정한 가장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인 선거 체제가 흔들렸고, 대외적으로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통상 갈등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여기에 사회 구성원의 이성과 스포츠맨십이 작동해야 할 교육 현장마저 이념적 검열과 과잉 징계로 얼룩지고 있다.
이 모든 파열음의 중심에는 민심을 오독(誤讀)하고 세계 정세의 흐름에 무지한 집권 세력의 오만과 독선이 자리 잡고 있다. 민생과 국익 대신 오직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는 정치는 결국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 가지 결정적 장면을 통해,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상식과 나아가야 할 좌표를 짚어보고자 한다.
1. 올림픽공원의 2030과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선관위 특검
지난 6월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민주주의의 수치였다. 투표권을 행사하러 간 국민들이 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기성정치권이 아니었다. 이른바 '정치 무관심 세대'로 불리던 2030 청년들이었다.
지금 송파구 올림픽공원(올공)에 모인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도식화된 '좌우 프레임'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정당의 깃발을 들지도 않았고, 극우 진영의 단골 메뉴인 음모론적 '부정선거'라는 단어마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청년들이 외치는 것은 단 하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상식적인 '재선거'"라는 담백하고도 예민한 공정성의 요구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외침을 대하는 여야 정치권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국회 다수의석을 무기로 행정부 권력까지 거머쥔 거대 여당(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 부실 선거 규명을 위한 특검을 제안하면서 '대한변협 등 제3자 추천안'이라는 꼼수를 들고나왔다.
이것이 왜 기만인가. 특검(특별검사) 제도의 본질은 수사 대상인 권력 기관(정부와 선관위)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검사를 임명하는 데 있다. 선거 관리의 주체이자 부실의 온상인 선관위와 이를 방조한 정부를 수사해야 하는 특검이다. 그렇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여당의 입김이 닿지 않도록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이 헌법적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여당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핑계로 제3자 추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무해한 특검을 세워 진상을 적당히 봉합하겠다는 심산에 불과하다.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의회 권력을 독점하고 민심의 경고를 외면하는 '무소불위'의 행태는 올림픽공원에서 뙤약볕을 견디며 공정을 외치는 청년들의 눈을 가리는 행위이자, 민주주의의 기초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오만함의 극치다.
2. '우물 안 개구리' 식 규제가 불러온 외교 참사: 쿠팡 사태와 트럼프의 경고
정치권이 국내에서 '내 탓, 네 탓'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동안, 국경 밖에서는 거대한 통상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바로 미 백악관과 의회가 한국 정부를 향해 전례 없는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쿠팡 사태'다.
미 연합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근 35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들을 차별적 표적으로 삼고 공격하고 있다"며,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와 조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 당국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합리적인 잣대를 적용하더라도, 이재명 정부는 쿠팡을 콕 찍어(single out) 표적 삼고 있다"며 "미국 디지털 서비스 시장의 접근 제한을 포함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현재 미국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철저한 국익 중심주의와 '반(反)공산주의·반(反)시장주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해외 정부의 규제책을 일종의 '반시장적 도발'로 규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국내 대기업 규제 프레임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계 기업인 쿠팡에 그대로 적용하며 압박하는 것은, 미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대단히 위험하고 아마추어적인 외교적 패착이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와 국정원은 "쿠팡의 일방적 주장만을 반영한 보고서이며 명백한 허위"라며 감정적인 반박 입장만, 내놓았다. 동맹국인 미국의 최고 권력 기관인 백악관과 의회가 공식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교한 외교적 통상 협상 대신 단순한 부인과 애써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정부의 대응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지금의 세계 정세는 철저한 진영 구축과 자국 우선주의로 재편되고 있다. 우물 안의 얄팍한 민족주의와 기업 길들이기식 규제 행정이 한미동맹의 균열이라는 치명적인 안보·경제적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위정자들만 모르고 있다.
3. 이념 과잉이 집어삼킨 교정(校庭): 배재고 야구부 징계 파동
대한민국의 상식 침몰을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현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 야구 경기장이다. 최근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배재고등학교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등학교와의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치고 "탱크데이"라고 소리쳐 큰 논란이 일었다.
해당 구호는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의혹을 받은 마케팅 문구를 차용한 것이었다. 상대 팀이 광주의 명문 고교인 만큼, 이 구호는 스포츠 정신에 크게 어긋난 부적절하고 조롱 섞인 도발이었음이 분명하다. 배재고 측이 즉각 사과하고 내부 징계를 약속한 것은 합당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사태 전개는 도무지 '상식 이하'의 영역으로 치닫고 있다. 해당 구호를 외친 성장기 학생들에게 6개월 출장 정지라는 가혹한 징계를 내리는 것을 검토하는가 하면, 역사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5·18 묘지 참배를 의무화하는 등 사실상의 사상 전향 수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철없는 라이벌전 도발과 미성숙한 행동은 엄격한 훈육과 스포츠맨십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교육의 영역'이다. 이를 마치 국가적 범죄나 반역 행위라도 다루듯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매장하는 것은, 교육이 아닌 '정치적 폭력'이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억압과 강요 속에서 피어날 수 없다. 미성숙함을 배움의 계기로 삼아주지 못하고, 기성세대의 이념 대립 구도 속으로 고등학생들까지 끌어들여 칼날을 휘두르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정치가 상식을 삼켜버린 사회의 가장 슬픈 자화상이다.
결론: 다시 상식과 실용의 길로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는 개별 사건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를 이끄는 지도층의 시야가 오직 '국내 정치용 주도권 싸움'에 갇혀 있고, 글로벌, 시장의 생리와 동맹의 무게를 망각한 채, 사회 전반을 이념의 잣대로 난도질하는 총체적 맹목성의 결과다.
공정을 갈망하며 올림픽공원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2030 청년들의 요구에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꼼수 특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미국과의 신뢰를 깨뜨리는 우매한 통상 규제를 멈추고 트럼프 행정부의 냉혹한 실용주의 노선에 맞출 수 있는 고도의 정밀한 외교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 현장까지 정치화하여 아이들의 미래를 짓밟는 이념의 횡포를 거두어야 한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허물을 직시하고 상식을 회복할 때만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무소불위의 독선에서 내려와 진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직시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위태로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의 깃발이 아니라 상식과 실용이라는 정직한 나침반이다.
2026. 07. 06.
대중문화평론가/칼럼니스트/이승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