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인 ‘신뢰’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 재선거 요구, 그리고 당일투표 수개표 주장 등은 단순한 음모론이나 정치적 구호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 나는 이 현상을 단순히 “맞다, 틀리다”의 이분법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왜 젊은 세대가 국가의 선거 시스템 자체를 의심하게 되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민주주의는 총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의 동의와 신뢰로 유지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심장인데, 그 심장을 국민이 믿지 못하기 시작한다면 국가는 외형만 민주주의일 뿐, 실질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보수·진보의 충돌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과 국가 시스템 간의 신뢰 붕괴”라는 더 깊은 문제다.
특히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정보 접근 속도가 빠르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국가 시스템의 불투명성에 민감하다. 이들은 “무조건 믿어라”는 권위주의적 언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데이터와 절차, 공개와 검증을 요구한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 아주 작은 의문이나 미흡한 설명이 발생해도 그것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급속히 확대된다. 문제는 여기서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의문을 설득으로 풀기보다, 때로는 조롱하거나 정치적으로 낙인찍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국민이 질문하는 순간이 아니라, 질문할 권리 자체를 억압받는 순간이다. 선거에 대한 의혹 제기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다만 의혹은 사실과 증거를 통해 검증되어야 하며, 감정적 확신만으로 국가 시스템 전체를 부정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투명성”이다.
나는 당일투표 수개표 요구 역시 일정 부분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느 진영의 유불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 신뢰 회복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민주주의는 효율성보다 신뢰가 우선이다. 전자 시스템이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더라도 국민이 믿지 못하면 정치적 정당성은 약해진다. 선거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국민적 동의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전면 수개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인력 문제가 따른다. 또한 기술 발전 시대에 역행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냐 전통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국민이 결과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절충과 제도 개선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은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
첫째, 선거 전 과정의 완전 공개 시스템이다.
투표지 이동, 보관, 분류, 집계까지 모든 과정을 국민이 온라인으로 열람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불신은 대부분 비공개 영역에서 발생한다.
둘째, 정당 추천 시민 참관 확대다.
선관위 중심 운영이 아니라 여야 추천 시민 감시단과 청년 참관인을 대폭 확대하여 “국민 참여형 검증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일부 지역 시범 수개표 병행이다.
전국적 전면 시행이 어렵다면, 특정 지역에서 전자개표와 수개표를 병행하여 오차 여부를 공개 검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국민의 요구를 회피하지 않는 태도다.
넷째, 선거 데이터의 학술적 공개다.
현재 국민들은 정보 부족 속에서 유튜브와 SNS에 의존한다. 오히려 국가가 익명 처리된 선거 데이터를 학계와 시민에게 개방하면 다양한 검증이 가능해지고 음모론도 줄어든다.
다섯째, 정치권의 언어 변화다.
지금 정치권은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혐오와 조롱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상대를 제거하는 체제가 아니라 공존하는 체제다. 국민을 “무지하다”, “선동당했다”고 몰아붙이는 순간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의 진짜 위기는 경제만이 아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선거를 못 믿고, 언론을 못 믿고, 사법을 못 믿고, 정치인을 못 믿는다. 이 불신의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권력이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20·30세대가 거리에서 외치는 목소리를 단순히 극우나 극좌의 문제로만 몰아세우면 안 된다. 그 안에는 미래세대의 불안과 분노, 그리고 “공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절박함도 함께 담겨 있다. 기성세대는 이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완벽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의심받고, 검증받고, 다시 신뢰를 얻어가면서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투명성이고, 억압이 아니라 공개이며, 선동이 아니라 차분한 검증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믿어라”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검증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다시 살아난다.
이것이 바로 공화정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각하고 20, 30 들의 외침을 기성세대가 품어서 앞으로 이어가야 할 수 있도록 젋은이들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나가려 한다.
2026. 06.
대중문화평론가/칼럼리스트/이승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