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문화 산책

몸짓·음악으로 표현한 ‘인생 찬가’… 피지컬 시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

무너지는 치매남성의 기억 되짚어가, 대사·노래 없이 물흐르는 듯한 서사, 망각 넘어선 삶의 의미 무대위 펼쳐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2026.10.18 07:28

 

[피지컬 시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의 공연 장면] /연극열전 제공

이것은 기억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딸 소피는 아빠인 톰의 55번째 생일을 맞아 자켓과 넥타이를 골라준다.

텅 빈 듯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던 톰은 옷걸이에서 소피가 골라준 자켓이 아닌 교복 자켓을 집어 들게 되고, 무언가 떠오른 듯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씩 되짚어 나가기 시작한다.

피지컬 시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영국 오리지널 프로덕션 ‘시어터 리’의 대표작으로, 올해 한국에서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극 중 톰은 조기치매라는 병을 앓는다.

그의 머리 속에는 파편난 기억들이 존재하고 그마저도 점차 흐릿해져만 간다. ‘피지컬 시어터’라는 이름처럼 톰이 펼쳐놓는 기억 속 이야기는 노래나 대사 없이 배우들의 움직임과 밴드의 음악만으로 가득 채워지며 극의 또다른 장르를 경험하게 한다.

가져다 놓은 책상과 의자가 자꾸만 생겼다 없어지고, 엄마와 친구들 그리고 연인이자 아내가 된 이자벨라와의 추억들은 재생되다 엉키기를 반복한다.

어떨 때는 느리게, 어떨 때는 빠르게, 또 어떨 때는 고요히 멈춰선 정적으로.

더듬어가는 기억 속 공간들이 무너져 내리고 희미하게 사라져 갈 때마다 톰은 계속해서 그 기억을 꺼내려 애를 쓴다.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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