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은 전신마비라는 육체적 제약 속에서 삶과 죽음, 늙음과 상실을 마주한 시인의 내면을 응축한 작품집이다.
제목에는 황 시인의 삶과 기억이 녹아 있다. 그는 어린 시절 허벅지에 화상을 입었던 기억에서 출발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며 몸에 남은 상처와 생의 흔적을 ‘불꽃’으로 승화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녹록지 않은 지금의 삶을 문학으로 태워내겠다는 뜻을 ‘기하학’이라는 상징적 언어에 담은 셈이다.
시집의 출발점은 늙음과 죽음에 대한 자각이다. 황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노화와 죽음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관련된 주제에 파고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집 전반에는 삶의 유한성과 상실을 다룬 어두운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황 시인은 1989년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경추를 크게 다쳐 전신마비가 됐다. 이후 37년 동안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남은 열정과 생의 의지를 문학으로 태워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연숙 시인 겸 문학평론가는 “황 작가의 이번 시집은 불꽃의 정련 과정을 거쳐 나온 작품”이라며 “시인의 비극적 삶이 인류 보편의 위로와 용기로 승화됐다”고 평했다.
1959년 춘천에서 태어난 황 시인은 1996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2001년 ‘문학마을’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