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귀래면 다둔길.
처음 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산도 아니고 들판도 아니었다.
집집마다 정성으로 가꾸어진 정원이었다.
흔히 농촌마을이라 하면 넓은 논과 밭, 농기계의 움직임과 수확의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다둔길은 조금 달랐다.
이곳에서는 농사가 삶의 중심이라면 정원은 삶의 품격이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박물관 같았고, 주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과 예술을 가꾸고 있었다.
귀래면은 예로부터 치악산 자락의 맑은 물과 비옥한 토양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터전을 이루어 살아온 곳이다.
산과 들이 감싸 안은 분지형 지형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공동체 문화 또한 오랜 세월 이어져 왔다.
다둔리 역시 그러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마을이다.
척박한 시대에는 생존을 위해 땅을 일구었고, 풍요의 시대에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시작했다.
오늘날 다둔길이 보여주는 정원문화는 단순한 조경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된 공동체 의식과 생활미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학행사를 마치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어느 집을 보아도 허투루 꾸민 흔적이 없었다.
작은 화분 하나에도 주인의 손길이 머물러 있었고, 꽃 한 송이에도 계절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정원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태도였고 자연과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도시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도 얻기 어려운 풍경이 이곳에서는 일상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저녁 무렵 방문한 이정숙 공인중개사의 정원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해가 산 너머로 기울고 푸른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을 때, 작은 저택과 정원은 마치 한 편의 서정시처럼 다가왔다. 잘 다듬어진 잔디와 곡선으로 이어진 산책길,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화분과 수목들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예술작품 같았다.
정원의 중심에는 정갈하게 손질된 나무들이 있었고, 주변에는 계절의 꽃들이 서로 다른 색채를 뽐내고 있었다. 인위적인 화려함보다는 자연스러운 균형이 돋보였다. 정원을 걷는 순간 방문객은 단순히 공간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꽃은 문장이 되고, 나무는 단락이 되며, 산책길은 서사의 흐름이 된다.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따뜻한 불빛과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주택의 풍경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정원이 아름다운 이유는 꽃 때문만이 아니다. 그 안에서 웃고 이야기하며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농촌마을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다둔길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정원은 단순히 개인의 취미를 넘어 마을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경관은 관광자원이 되고, 문화자산이 되며, 지역의 브랜드가 된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된다. 정원은 곧 마을의 얼굴이다.
다둔길의 진정한 가치는 화려함에 있지 않다. 그 가치는 사람들의 성실함과 정성에 있다. 정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계절을 견디고 가꾸어야 비로소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따라서 이 마을의 정원들은 주민들의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꽃 한 송이에는 기다림이 있고, 나무 한 그루에는 인내가 있으며, 잘 다듬어진 잔디에는 꾸준함이 깃들어 있다.
나는 그날 다둔길을 걸으며 정원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가 다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농촌의 미래가 반드시 생산성만으로 평가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삶의 질과 문화적 품격 역시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다둔길은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 정원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산자락 위로 고요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 풍경 앞에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자연과 인간, 역사와 현재,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문화가 한곳에서 어우러지는 장면을 바라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귀래면 다둔길은 단순한 농촌마을이 아니다. 그것은 정원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문화공간이다. 그리고 이정숙 씨의 아름다운 정원은 그 상징적인 한 장면이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꽃의 이름보다도 그 꽃을 가꾸던 사람들의 미소를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마을은 결국 사람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다둔길은 바로 그런 사실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것이 문화이며 정원 마을의 핵심의 공동체 마을이며 인구부족 사태를 겪고있는 현실에 한번쯤은 우리 모두가 벤쳐마킹은 어떨지 자문하며 에필로그 하련다.
2026. 06. 18.
대중뭉화평론가/칼럼리스트/이승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