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문화 산책

[소녀상]

전진식 시인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2026.08.10 08:07

 

[전진식 시인]

소녀상 

 

        詩: 전 진식

 

 

봉선화야

긴 여름날에 꽃이 된 아가씨야

그 해 여름은 무더위에 몸서리가 되더니

올해는 비가 내린다

 

발갛게 손톱에 핀 꽃물이 지고

낡은 편지지의 먹물도 퇴색이 되고

물안개처럼

울 밑에서는 봉선화가 피었다

 

대청마루를 걸레질하다가 꽃잎을 본다

낙수되는 물방울은 눈물이 되누나

꽃이라고 부르기에

젖은 청춘이 너무 가련해......

 

비는 내리고

우산도 없이

구겨진 치마폭에는 빗물이 고여 있다

                        

  {소녀상, 그날의 봉선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하며, 나는 오래전 한 소녀를 떠올린다.

일제강점기, 가난과 기만, 그리고 강압 속에서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야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 이들은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곳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과 성적 학대를 겪어야 했다.

그들에게 청춘은 꽃처럼 피어보기도 전에 짓밟혔다.

해방이 되었다고 해서 그들의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생환 이후에도 자신이 겪은 일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가난, 죄책감과 수치심 속에서 오랜 세월 자신의 상처를 깊이 묻은 채 살아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들의 증언은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았다. 전쟁 속에서 여성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되었는지, 그리고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묻는 증언이 되었다.

나의 시 "소녀상"에서 봉선화는 그 소녀들의 청춘을 상징한다.

손톱에 봉선화 꽃물을 들이던 소녀.

낡은 편지지의 먹물이 세월 속에서 바래는 동안에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대청마루에 떨어진 꽃잎과 낙숫물은 그들의 눈물이 된다.

꽃이라고 부르기에는

젖은 청춘이 너무도 가련하여……

비에 젖은 치마폭처럼 그들의 청춘은 오랫동안 무겁게 남아 있었다.

광복 81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녀상은 한 시대의 비극을 응시하는 상징물이자,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기억이다.

봉선화는 피었다가 진다.

사람 또한 세월 앞에서는 꽃잎처럼 스러진다.

그러나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도 기억은 남는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오늘의 약속이다.

시 「소녀상」을 쓰면서

 

2026. 8 진진식 시인

[소너상]

 

이승섭 연합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