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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 쌓인 '생명의 시간' 사유…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전언

■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북하우스 펴냄. 388쪽. 1만9천500원

수원본부장 손옥자 2024.02.06 18:44

자연과 장소, 인간과 풍경에 대한 탁월한 글쓰기로 찬사를 받은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가 출간됐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편집했던 책은 저자 사후에 나오게 됐는데, 여행 중 저자가 마주한 다양한 풍광에 대한 경이로운 기록,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에 대한 담담한 회고록, 세상에 보내는 전언 등 스물여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인간과 자연과 장소를 특별한 태도로 대한다. 인간과 대지가 연결돼 있다는 의식을 한 번도 저버린 적 없으며, 자연 현상에 온전히 또 느리게 주의를 기울인 진정한 의미의 자연주의자였다.

[■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그의 자연을 대하는 행동과 묘사는 한없이 깊숙하다.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땅을 딛고 심해에 몸을 담그고 눈구덩이를 파며 장소에 머무른다. 장소에 쌓인 자연의 시간을 탐구하고, 그 장소에 생명을 부여하는 동물과 식물의 움직임에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며, 장소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경험을 경청한다. 장소가 온전히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내밀한 상처를 드러낸 글들도 볼 수 있다.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글로 쓰며 개인적인 경험을 함께 사유해야 할 문제로 바꾸며, 절망에 빠졌을 때 자연이 안식처이자 기댈 곳이 됐다고 저자는 밝힌다. 또 80여 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얻은 깨달음을 독자들과 나누는 것도 잊지 않는다.

책은 그렇게 독자들에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이끌며, 자연과 사랑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도록 한다.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