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구 생활회복지원단, 출범 3개월 만에 숨은 위기가구 232명 발굴 (강남구 제공)
[금요저널] 꿈이 모이는 도시, 미래를 그리는 강남구가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출범한 생계형 체납자 전담조직 ‘생활회복지원단’을 통해 체납액 규모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위기가구 232명을 발굴하고 이 가운데 49명을 복지 지원으로 연결했다.
생활회복지원단은 생계형 체납자를 단순 징수 대상이 아니라 회복 지원이 필요한 주민으로 보고 운영하는 전담조직이다.
신청제 도입, 통합 실태조사, AI 관리대장 활용을 결합한 전국 최초의 3종 지원체계를 갖췄다.
기존 사후 관리에 그치지 않고 체납자가 체납처분 중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생계형 체납자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세무·복지·보건을 묶은 통합 실태조사로 실질적 지원까지 이어지게 했다.
담당 공무원이 AI 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체납 보조프로그램 ‘체납이음’도 현장 지원의 기반이 됐다.
체납이음은 체납자료와 복지·건강·신용 관련 정보를 정리해 대상자를 선별하고 조사 이력과 후속 조치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대상자 발굴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모두 가능해졌다.
구는 법인을 제외한 체납자 3만7571명을 모집단으로 삼아 사회보장자료, 건강보험자료, 신용정보를 다층으로 대조했다.
1차 분석에서 5184명을 추렸고 거주 형태와 부양가족 등 변수를 적용해 2452명으로 좁혔다.
이후 신용정보와 연락 가능 여부를 확인해 최종 232명을 실태조사 대상으로 확정했다.
체납액만으로는 알 수 없던 생계 위기 가구를 정밀하게 찾아낸 결과다.
현장에서는 지원 방식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거동이 불편한 A씨에게는 세무 담당자, 복지 공무원, 방문간호사가 함께 방문했다.
기존 방식이라면 체납 상담, 생활환경 확인, 건강 점검을 위해 각각 따로 방문해야 했지만, 합동방문 한 번으로 필요한 절차를 마쳤다.
오랫동안 신경 관련 질환을 앓던 A씨는 병원 진료와 복지 지원을 거부하며 홀로 지내 왔다.
그러나 상담 뒤 치료 의지를 보였고 그동안 거부했던 복지 지원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충남 산간 지역 컨테이너에 혼자 살던 B씨도 빅데이터와 현장 확인을 통해 발굴됐다.
B씨의 체납액은 85만원에 그쳤다.
기존 체납 관리 방식이었다면 우선순위에 들기 어려운 규모였다.
명의상 강남구에 부동산은 있었지만 근저당과 전세권 등이 설정돼 있어 실질적으로는 재산 가치가 없었다.
합동조사반은 현장을 직접 찾아 생활 실태를 확인한 결과, 반려견 6마리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거주지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구는 청소 지원과 사회보장급여 신청을 안내했고 그동안 지원을 거부했던 B씨는 이를 받아들이며 회복 의지를 보였다.
과거 사업 실패로 생긴 체납액을 16년 넘게 매달 나눠 내던 C씨는 무릎 부상으로 근로능력을 잃으며 분납을 이어가지 못했다.
강남구는 충남에 있는 C씨의 거주지를 찾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20년이 넘은 압류 차량에 대해서는 지방세징수법 제104조에 따른 체납처분 중지 절차를 진행하고 사회보장급여 연계도 함께 제공했다.
C씨는 “항상 주기만 했지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았는데, 막막했던 미래가 막막하지 않게 느껴진다”며 감사를 전했다.
사업 실패 뒤 해외에 머물던 D씨는 본인 토지가 임의경매로 넘어가면서 양도소득세 등이 부과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2025년 11월 어머니의 위독 소식을 듣고 귀국하면서 체납 사실을 확인했다.
무직·무소득 상태에서 어머니 간병까지 맡은 복합 위기 상황이었다.
D씨는 “강남구에서 지원하는 회복의 대표 사례가 되고 싶다”며 지난 4월 강남구로 주소를 옮겼다.
구는 체납처분을 보류하고 기초생활수급, 긴급복지, 주거급여, 일자리 연계 등 단계적 회복 경로를 설계했다.
생활회복지원단의 핵심은 한 번의 방문으로 여러 지원을 연결하는 데 있다.
체납자가 요청하면 세무·복지 담당 공무원, 방문간호사가 함께 방문한다.
체납자는 같은 사정을 여러 부서에 반복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행정기관도 중복 방문을 줄이고 조사 결과와 지원 이력을 체납이음 관리대장에 기록해 담당자가 바뀌어도 지원이 끊기지 않게 했다.
출범 뒤 3개월 동안 복지 연계를 신청한 인원은 49명이다.
이 중 13명은 이미 사회보장급여를 받는 수급자로 추가 지원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나머지 36명은 기존 복지망 밖에 있던 사각지대 가구로 확인돼 거주지 동 주민센터를 통해 신규 사회보장급여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체납처분 중지 실적도 크게 늘었다.
2025년 146건이던 체납처분 중지·압류해제 등 조치는 2026년 상반기 840건으로 약 5.7배 증가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현장 중심 조사를 결합해 생계형 체납자의 실제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징수보다 회복을 우선한 결과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세금을 내고 싶어도 당장 생계가 무너져 어려움을 겪는 구민에게는 독촉보다 다시 일어설 길이 먼저 필요하다”며 “신청, 조사, 복지·보건 연계가 한 번에 이어지는 체계로 생계형 체납자의 회복을 끝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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