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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검사 육탄전'…"증거인멸 막으려" 해명에도 의문은(종합)
연미란 기자 | 승인 2020.07.31 06:36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박승주 기자 =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현직 검사간 육탄전이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압수수색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측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무언가 삭제하려는 정황을 포착해 제지를 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접촉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진웅 부장검사를 포함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소속 검사들은 전날 오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의 허락하에 변호인에게 전화를 하러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었는데 정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소파 아래로 넘어뜨렸다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진웅 "압수물 삭제 정황" 주장했지만…유심칩 초기화 어려워

정 부장검사가 전날 낸 해명 입장의 핵심은 한 검사장의 '증거인멸' 가능성이다.

정 부장검사는 입장문에서 "한 검사장이 무언가를 입력하는 행태를 보여 확인하려고 자리에 일어나 서보니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다"며 "압수물 삭제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휴대폰을 압수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대상인 유심칩 정보를 삭제할 정황을 포착한 만큼, 물리적인 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심칩을 애초에 초기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휴대전화를 초기화해도 휴대전화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된 것을 초기화 하는 것이지 유심은 초기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초기화할 우려가 있어서 그걸 방지하려고 빼앗으려 했다는 것은 유심의 개념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도 개별사용자가 유심칩 초기화를 짧은 시간 내에 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유심칩에 저장된) 문자메시지의 경우 직접 지우는 기능이 없다"며 "전화번호 목록도 앱에 들어가서 유심을 선택해서 지워야 하는 등 최소한 몇 단계를 거쳐야지만 데이터를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오른쪽)과 서울고등검찰청 건물. 2020.7.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압수수색 대상인 '유심칩' 아닌 '휴대전화' 보려 했나 의심도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이 변호인과 통화하는 것을 허락해놓고 휴대전화 잠금해제를 하지 못하게 한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압수물 삭제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가 '페이스 아이디'로 열지 않았고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고 고성을 질렀다고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부장검사가 유심칩이 아닌 휴대전화를 들여다볼 목적으로 한 검사장과 육탄전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유심칩은 정보 자체도 거의 없고 문자 메시지 등이 저장되어 있지 않다"며 "유심 외에 휴대전화도 마음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애초에 정보를 많이 저장할 수 없는 유심칩만을 압수수색 영장에 넣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유심칩에는 많은 정보가 저장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문자메시지 50개 정도의 분량만 저장된다고 한다. 통화목록 정도는 기록이 남지만, 이는 통신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사팀은 유심칩 자체 내용보다도, 유심칩의 정보를 활용해 다른 증거들도 확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유심 자체에 있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유심칩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한다"며 "법원에서 영장을 받을 때 유심칩을 어떤식으로 활용해 어떤 자료를 확보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유심을 다른 휴대전화 공기계에 꽂은 뒤 텔레그램 메신저에 접속해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검사장이 텔레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사팀은 현장에서 유심칩을 확보한 뒤, 그 자리에서 2시간30여분 동안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마치고 유심칩을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충돌 직후엔 '공무집행방해' 고소 검토…이후 '말 바꿔

정 부장검사는 전날 한 검사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처음엔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고려했으나 이후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만 고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도 의문이 남는다.

충돌이 벌어진 직후 서울중앙지검 측은 "피압수자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병원 진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의 물리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정 부장검사가 다친 것처럼 언급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울중앙지검 측은 한 검사장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몇 시간 이후 낸 입장문에선 '공무집행방해'는 빠지고 무고와 명예훼손으로만 고소할 예정이라고 바뀌었다.

충돌 직후에는 정 부장검사가 물리적으로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좀 더 상황을 파악한 뒤에는 슬쩍 공무집행방해만 뺀 셈이다. 공무집행방해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한 경우 처벌받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한편 검찰 내부에선 유심칩 하나를 압수수색 하기 위해 부장검사가 직접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 참여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주임검사가 현장에 나가는 경우도 이례적인데 부장검사가 같이 나가는 경우는 처음 들어봤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에도 예우 차원에서 주임검사가 현장에 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상대방이 현직 검사장인 만큼 평검사 혼자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것뿐"이라며 "이전에 부산고검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할 때도 정 부장검사가 직접 갔고, 소환했을 때도 직접 조사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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