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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畵虎類狗(화호유구) 되지 말아야
연제호 기자 | 승인 2018.07.03 16:38
충남청 수사과 수사1계 경장 김혜령

지난 6월 21일 국무총리, 행안부장관, 법무부장관, 민정수석이 역사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1954년 제정이래 형사소송법에 못박혀 있었던 권위주의적 문구인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그 대신 보완수사요구를 하도록 함으로써 민주국가의 정부조직원리인 ‘견제와 균형’의 이념을 실현하고자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검찰에서 경찰에 대한 징계요구, 직무배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현장에선 지휘관계가 더욱 공고히 되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선진 민주국가의 체제를 모방하려 했지만, 오히려 현실에선 더 권위적이 되었으니, 畵虎類狗(화호유구,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 비슷하게 됨) 라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일선 경찰로서 몇가지 제안을 드린다.

첫째, 지난 6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왜 국민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중조사의 원인은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비해 검찰의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은 성립의 진정만 인정되면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검찰이 자백 중심의 조사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10년간 검찰 조사 과정에서 100명 이상이 자살했다고 한다. 국회에 제출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6개 전부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다행히도 국회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합의문을 보면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에 대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지체 없이 영장을 청구하도록 했다. 그동안 검찰의 불법에 대해서 경찰의 영장신청이 이유없이 기각 되는 사례가 꽤 있었는데, 이번에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작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인 전관변호사(검찰 출신 변호사)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어서 유명무실한 내용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셋째, ‘공무원징계령’을 보면 타 기관의 공무원에게 징계등 사유가 인정되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번 합의문에서 검찰이 경찰에게 징계 요구를 할 수 있게 한 것처럼, 경찰도 검찰에게 위법·부당 등의 사유가 발견되면 징계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넷째, 수사검사는 수사만을 전종하고 기소는 공판검사가 하게 함으로써 검찰 내부적으로도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분권과 견제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 행정경찰이 수사경찰에게 구체적 지휘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처럼, 수사검사 부서장이 공판검사에게 사건에 대해 구체적 지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검찰에서의 공정한 수사를 담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합의문을 살펴보면 검찰의 직접수사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기까지 하다. 검사 직접수사의 범위에 5개가 있는데, 그중 경제범죄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그 영역이 고소, 고발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기, 횡령, 배임, 조세 등 (기업·경제비리 등)’ 으로 되어 있다. 혹자는 경찰도 수사하고 검찰도 수사하면 피해자의 억울함을 더 잘 해소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검찰은 선진국 검찰과 달리 수사검사가 기소까지 한다는 것에 있다. 기소를 해야하니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될 수 밖에 없고, 심지어는 본연의 업무인 공판에 전종하는 검사보다 수사검사가 더 많은 실정이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라는 분권과 견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국민의 인권과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합의문 서문에 “이 합의의 실현은 궁극적으로 입법에 의하여 가능한 것이다.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로 되어 있다. 이번 기회가 64년 된 구체제(Ancien Régime)를 청산할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개특위 등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 이번 합의문에 대한 입법과정이 대단히 지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국회에서 이 합의문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법률로 재탄생 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연제호 기자  thesejongtv@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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